코스피 5.57%, 코스닥 5.25% 급락···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외국인 2조 넘게 투매···연기금 순매수 나섰지만 역부족
추가적인 악재 나올지 주목···엔캐리 청산 이슈 주목해야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미국의 상호관세 공포에 폭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5%대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면서 이번 급락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관세 공포에 이어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전략) 청산 공포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관세 이슈에 맥 못 춘 국내 증시···아시아 증시 모두 폭락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7% 하락한 2328.20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4.31% 내린 2359.25로 출발해 낙폭을 키워나갔다. 오전 9시 16분에는 코스피200 선물이 5% 넘게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장중 한때 2369.4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닥 지수도 양상은 비슷했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2.96% 내린 667.02로 개장해 관세 충격이 그나마 덜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은 커졌고 결국 전 거래일 대비 5.25% 하락한 651.3에 장을 끝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지난해 8월 5일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코스피에선 SK하이닉스가 9.06%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삼성전자도 4.81%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이 7.58% 급락했다. 휴젤과 클래시스도 각각 8%대로 하락했다. 

국내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미국 상호관세 충격에서 휘청였다. 니케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83% 하락한 31136.58로 장을 끝냈다. 미국의 관세 발표 시기 청명절로 휴장했던 중화권 증시는 더 큰 낙폭을 나타냈다. 홍콩H 지수는 12% 내렸고 대만 가권지수는 9% 넘게 하락했다.

앞선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와 국가별로 관세율에 차등을 두는 상호관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탓에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발생했고 이날 아시아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 더 강해진 외국인 매도세···연기금은 매수 나서

국내 증시의 하락을 이끈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2조172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를 넘어서는 순매도는 2021년 8월 13일(2조6989억원 순매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최근 7거래일 동안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누적 순매도 규모만 8조7049억원어치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가 발표된 이후 강도는 거세졌는데, 지난 3일 1조379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뒤이은 4일에는 1조810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연기금은 연일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연기금은 이날 같은 시각 433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순매수는 공교롭게도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가 시작됐던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합산 순매수 규모는 1조2646억원이다. 지수가 하락할수록 연기금의 매수도 거세졌는데 연기금은 지난 3일과 4일 각각 2723억원, 20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가 반전하기 위해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관세 공포가 해소돼야 할 문제로 평가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이슈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추가적인 악재 나올까···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 주목해야

국내 증시가 급락했지만 시장 우려는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추가적인 악재가 나올 수 있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사실상 제로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성장성이 높고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같은 국가들에 투자했는데 반대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관세 탓에 미국 경기가 침체가 가속화되면 금리 인하를 자극할 수 있고 이와 맞물려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와 함께 니케이 지수와 달러·엔 환율의 변동성도 제법 큰데 이는 15년간 축적된 진정한 앤캐리 자금들이 포지션 변환을 트리거링 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지난해 7~8월의 엔숏페어트레이딩(엔화 약세 베팅)의 청산이 가져온 혼란과는 차원이 다른 중장기적인 자산 배분의 변화가 촉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미 국채 10년물과 일본 국채 10년물의 스프레드는 전 거래일 기준 2.807%포인트 수준이다. 관세 영향이 촉발하기 전인 지난 27일 스프레드는 2.797%포인트였다. 당장 올해 초 3.615% 수준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달러·엔 환율도 달러당 145.71엔으로 올해 초 158엔에서 하락 추세다.

지난해 8월 초 증시가 급락했던 당시 이 같은 공포가 엄습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BOJ)이 예상 밖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자 엔캐리 트레이드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에 지난해 8월 5일 도쿄 증시는 12% 폭락했고 코스피도 8.77% 급락했었다.

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관세 영향이 미치진 않았지만 미국 경기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본 역시 관세 정책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경로의 수정 가능성도 있다”며 “엔캐리 포지션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기 힘들어 대대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는 과장됐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7% 하락한 2328.20에 마감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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