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후폭풍으로 엔캐리 청산 이슈 떠올라
엔캐리 청산 공포 확대 시 증시 하방 압력 요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악재가 나올지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와 더불어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전략) 청산 가능성이 증시에 드리울 수 있는 그림자가 될 수 있다고 짚고 있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추가적인 하락 재료가 발생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작은 악재라도 지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대두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사실상 제로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성장성이 높고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같은 국가들에 투자했는데, 상황이 반대로 전개될 경우 보유 자산을 매도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초 증시가 급락했던 당시 이 같은 공포가 엄습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BOJ)이 예상 밖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자 엔캐리 트레이드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에 지난해 8월 5일 도쿄 증시는 12% 폭락했고 코스피도 8.77% 급락했었다.

시장 일각에선 엔캐리 청산 공포가 다시금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의 상호관세 탓에 미국 경기가 침체가 가속화되면 금리 인하를 자극할 수 있고 이와 맞물려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와 함께 니케이 지수와 달러·엔 환율의 변동성도 제법 큰데 이는 15년간 축적된 진정한 앤캐리 자금들이 포지션 변환을 트리거링 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지난해 7~8월의 엔숏페어트레이딩(엔화 약세 베팅)의 청산이 가져온 혼란과는 차원이 다른 중장기적인 자산 배분의 변화가 촉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미 국채 10년물과 일본 국채 10년물의 스프레드는 전 거래일 기준 2.807%포인트 수준이다. 관세 영향이 촉발하기 전인 지난 27일 스프레드는 2.797%포인트였다. 당장 올해 초 3.615% 수준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달러·엔 환율도 달러당 145.71엔으로 올해 초 158엔에서 하락 추세다.

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관세 영향이 미치진 않았지만 미국 경기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본 역시 관세 정책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경로의 수정 가능성도 있다”며 “엔캐리 포지션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기 힘들어 대대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는 과장됐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엔화. / 사진=연합뉴스.
엔화.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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