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식품물가지수 125.86, 2020년 이후 가장 높아
기업들, 외식·식품 가격 일제히 상승···政, 물가안정 추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을 담은 이미지. / 사진=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을 담은 이미지. / 사진=통계청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지난달 국내 식품 물가가 인건비 등 기업 고정비, 환율, 원부자재 등 비용 상승의 여파로 코로나19 창궐 시점인 2020년 이후 최고치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6일 통계청 소비자 물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식품물가지수는 125.86으로 2020년 1월(10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식품물가지수는 전국 소매점포, 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지정품목과 조사 상품의 실제 거래가격을 조사해 산출한 수치다. 2020년 1월보다 인상된 가격 비중만큼 수치가 올라간다. 지난달 식품 물가가 2020년 1월 대비 25.86%p 인상된 셈이다.

올해 가공식품과 외식의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주요 가공식품의 물가지수는 라면 118.65, 빵 138.38, 햄 및 베이컨 122.92, 기타 육류가공품 134.85로 전년동월대비 일제히 올랐다.

외식 품목도 함께 올랐다. 삼겹살 121.87, 돼지갈비 123.36, 치킨 127.98, 커피 108.6 등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상승했다. 외식 품목의 원재료로 쓰이는 신선식품 중 닭고기, 달걀, 우유 등 일부 품목의 가격 지수가 하락했지만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고 인건비나 물류비 등 비용들이 상승함에 따라 품목 가격을 인상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최근 수개월간 일부 기업들이 가공식품이나 외식 메뉴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20일부터 메뉴 20개 가격을 평균 2.3% 높였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아메리카노 등 메뉴 가격을 인상했고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의 인상 결정이 이어졌다.

다른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달 들어 메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배달 수요가 많은 브랜드 중엔 포장 여부에 따라 이중가격을 도입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시장 일각에선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최근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혼란스러운 정세를 틈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 리더십 공백, 느슨해진 당국 감시망 속에서 일제히 가격을 높여 이윤 창출을 노린단 관측이다.

10여개 소비자단체가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기업들이 환율과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을 근거로 식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실적 개선과 이윤추구를 위해 소비자 부담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물가안정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세제와 관세 혜택을 철저히 재검토해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 중심의 지원 정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시민들이 대형 마트 내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이 대형 마트 내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물가 안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일 긴급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개최하고 민생 안정, 국민 안전을 위한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 일환으로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한 먹거리, 서비스 물가 안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물가 안정을 위한 세부 조치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탄핵 심판을 앞두고 불확실했던 국내 정세가 선고를 기점으로 안정화함에 따라 조치 계획도 구체적으로 실행될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수 진작을 중시하는 만큼,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고객 편익을 증대시키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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