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 부영, 서울시 상대 실시계획인가 무효 확인 소송
실시계획인가 고시 6월 말 실효···토지보상비 마련 관건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부영주택이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서울특별시의 고시가 무효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은 지난달 27일 부영주택이 서울 한남근린공원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부영주택의 청구를 기각한 2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된 판결이다.
이 소송은 부영주택이 매입한 땅에 서울시가 기존 공원조성 계획을 계속 유지하면서 시작됐다. 본래 한남근린공원 예정지가 포함된 한남동 일대 4만5000㎡는 1977년, 1979년 건설부고시로 보통공원에서 근린공원으로 결정·고시된 땅이다. 이 부지는 주한미군 기지 부대시설로 활용되다 2015년 미군이 철수한 뒤에는 빈 땅으로 방치돼왔다.
부영주택은 지난 2014년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이 일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정부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일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2015년 10월 공원 시설 해제가 유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5년 공원조성계획을, 2020년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인가를 각각 고시하며 일몰제를 피했다. 서울시는 이 부지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이유로 근린공원 조성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부영주택은 2015년 재산권침해 등을 이유로 공원조성계획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고, 2018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부영주택은 재차 2020년 실시계획인가는 무효라며 이번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선행처분인 2015년 공원조성계획결정에는 중대·명백한 하자가 존재해 무효이고, 선행처분을 전제로 한 후행처분인 실시계획인가 역시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부영주택 논리는 국토교통부의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에 대한 해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원조성계획이 가이드라인 배포시까지 입안되지 않은 경우 ▲우선해제시설로 지정하고 ▲ 해제에 대한 도시·군관리계획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데 시가 이 가이드라인에 반해 공원조성계획을 결정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1·2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공원조성계획의 취소를 구했던 선행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기각돼 기판력이 발생하고, 선행소송의 기판력으로 이 사건에서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 인가처분이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린공원 조성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보건, 휴양, 정서함양 및 도심경관 개선과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 및 다양한 여가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을 조성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며 “근린공원 조성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산권행사 제한에 대해서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했을 때부터 재산권행사에 제한이 있으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았다”며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있던 사정을 반영한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점, 2015년~2018년 국가로부터 매년 35억~39억원의 사용료를 지급받고 세금감면을 받아온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입은 재산권 제한이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은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1월 2심도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한남근린공원 부지에 대한 실시계획인가고시는 오는 6월 말 실효된다. 시는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이유로 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