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물만 롯데손보 등 7곳 육박
동양·ABL생명 외 보험사 매각 장기화 가능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무리한 M&A보다는 본업 경쟁력 강화 방점···업황 악화도 한 몫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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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새 주인 찾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양·ABL생명 매각은 금융당국 승인만 남은 상황이지만 다른 보험사의 경우 매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보험업황 악화로 금융사들이 무리한 M&A보다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사는 MG손해보험, 동양생명,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XA손해보험 등 최소 7곳에 육박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최종 성사가 이뤄진 보험사는 단 한 건도 없다.

먼저 MG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또 다른 매수자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023년부터 현재까지 MG손해보험은 5차례 걸쳐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상황에 따라 청산이나 다른 보험사로 계약을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롯데손해보험 역시 뚜렷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매물로 나온 손해보험사 가운데 '알짜 매물'로 꼽혔지만 점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높은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의 경우 2014년부터 10년간 총 6번의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KDB생명은 인수를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가 청산되면서 결국 한국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다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진척이 있는 보험사는 동양·ABL생명이지만 이마저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1조5493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 경영실태 평가 3등급을 통보받으면서 인수 여력에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금융지주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사가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려면 경영실태 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다만 3등급이라고 해도 인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있어 당국 최종 판단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대주주 프랑스 종합금융그룹 BNP파리바의 보험 자회사 BNP파리바카디프가 국내 시장 철수를 추진함에 따라 매물로 나왔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현재 한국금융지주가 실사 자문 기간을 선정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인수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AXA손해보험도 매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인수 희망자가 없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들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데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장 '큰 손'으로 불리는 금융지주사들이 당분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계열사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보다 안정적 실적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무리한 M&A보다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이 크게 하락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험업황 악화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산업이지만 최근 금리 인하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모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인수·합병을 포함해 경영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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