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부과시 한미FTA 무력화”
“美 침체 우려 증대, 환율 유동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임박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선 무역불균형 국가가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일단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매긴 다음 추후 해당국이 제시하는 협상카드에 따라 인하할 가능성에 좀 더 힘이 실린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결과적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최근 불안 조짐을 보이는 환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2일부터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관세를 매기는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간) 1일 밤 또는 2일 (상호관세의) 세부 내용을 보게될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상호관세 부과방향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 무역 및 관세에 관한 각서‘ 내용을 근거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각서는 상호관세 고려 사항으로 미국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미국 기업, 근로자,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평한 역외 세금, 비관세 장벽이나 조치,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규제 및 차별, 환율 등을 거론했다. 

다만 부과 대상 국가 수, 부과 방식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행정부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도 들쭉날쭉하다. 이달 들어 무역 불균형이 심한 이른바 ‘더티 국가’ 중심으로 상호관세를 매길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최근엔 모든 국가에 부과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일단 백악관 주변에서 나오는 발언과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일단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협상에 나서는 방식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모든 국가에 20~25% 관세를 매긴 다음 추후 내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짧은 기간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계산하기 어렵고 모든 국가와 협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상호관세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철강, 알루미늄과 자동차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수출 등 우리 경제 전반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그간 사실상 무관세로 대미교역을 진행해왔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무역적자국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경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대 1.4%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부과기준인 부가세 등 세금제도나 각종 규제, 환율을 감안할 때 상호관세 부과국에 우리가 포함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단 관측이 나온다. 미 USTR은 이날 공개한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월령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인터넷 망 사용료, 플랫폼 독과점 금지,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 금지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의회연설에서 “한국의 평균관세는 미국보다 네 배 더 높다”며 직접 우리나라를 겨냥하기도 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2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면 한미FTA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이어진 기존 통상질서가 깨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양 교수는 “FTA에 있어 우리나라에 유리한 상품 분야는 사실상 모두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상품쪽 FTA를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에 유리한 서비스쪽은 FTA가 유지되고 있는데, 우리가 철회한다고 하면 미국이 반발할 것”이라고 언급, 한미FTA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최근 불안 조짐을 보이는 환율에 미칠 영향은 유동적이란 진단이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관세에 대한 미국 내 역풍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올라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오는 4일로 결정되면서 정치적 혼란 진정시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야권 관계자는 “환율 문제는 미국 관세 문제보다는 윤석열 탄핵심판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헌법재판소 선고가 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잘 수습된다면 환율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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