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부행장 공모해 부당대출하고 회사에 손해 끼친 혐의
우리은행장에 위력 행사해 공정한 인사업무 방해한 혐의도
변호인 “추론으로 기소…인식만으로 죄책 물어선 안 돼”
자수한 처남 “검찰이 위법한 회유·위법한 증거수집” 주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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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친인척의 500억 원 대 부당대출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부당대출을 공모하거나 모의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범죄에 대한 인식만으로 공동정범의 죄책을 져선 안 된다고도 했다.

손 전 회장의 변호인은 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공판기일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김아무개씨, 성아무개 전 여신부행장과 공모해 김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총 23차례에 걸쳐 약 517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 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1년 12월 우리은행 승진추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징계 전력 등을 이유로 임 전 본부장의 승진에 반대하는 우리은행장에게 위력을 행사하고, 임 전 본부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공정한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받는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단순히 대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넘어 김씨 등과 부당대출에 관해 어떠한 공모나 모의를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면서 “공소사실과 증거기록 어디를 살펴봐도 피고인이 언제 부당대출을 인식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그러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어떠한 증거도 없이 정황 사실 만으로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추론만으로 기소에 이르렀다”면서 “판례에 의하면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한 것만으로 공동정범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공동정범으로 죄책을 지는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이 성 전 부행장 등에게 김씨가 신청하는 여신을 승인해 주라고 압박하거나, 김씨가 청탁하는 인사를 행하는 방법으로 배임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는듯 하다”면서 “그러나 피고인이 성 전 부행장에게 압박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피고인의 증언 또한 ‘부당대출을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이를 승인하라고 압박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손 전 회장이 김씨의 인사 청탁을 받아 인사를 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부당한 대출을 통해 은행에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책임을 묻는 배임 사건으로, 잘못된 인사를 했다고 해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임직원이 한 배임 행위에 관해 인사권자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인사에 관한 사전 합의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에 의하면 우리은행이 본부장 이상급 임직원을 선임하는 경우 지주사와 우리은행이 사전 합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합의 과정에서 일방이 원하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것은 과잉이다”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 인부와 함께, 증거채부도 결정했다. 공동피고인들의 검찰 진술 내용을 부인한다는 손 전 회장 측 증거의견은 기각됐다. 검찰 수사보고서 일부, 언론기사 등에 대한 부동의 의사도 기각됐다. 일부 진술증거에 대해서는 채택 여부를 보류했다.

다음 공판기일에는 수사기관에서 범죄를 자백한 처남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김씨의 변호인이 검찰의 위법한 증거수집을 주장하며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 등 위법한 회유를 했고, 이에 따라 제출된 휴대전화 파일 녹취록은 2차적 위법수집증거라는 게 김씨 측 입장이다. 위수증 판단은 손 전 회장 등 공동피고인 대부분에게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후 서증조사,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절차가 진행된다. 김씨의 증인신문 일정은 오는 29일, 서증조사 기일은 5월20일로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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