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시 보험 계약 해지 따라 소비자 피해 현실화
당국, 차선책 고심···대형 5대 손해보험사 전략·기획담당 임원 소집
타 보험사에 계약 이전 방식 거론···손해율 및 건전성 관리 부담 커
당국, 소비자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 주력···"관련 여러 의견 청취 중"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MG손해보험이 매각 불발로 청산의 갈림길에 섰다. 청·파산 시 보험 계약 해지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차선책을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타 보험사에 계약이전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방법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들의 전략·기획담당 임원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MG손해보험의 계약을 상위 5대 손보사가 나눠 인수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서 내부적으로 계약이전 여력 등을 분석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MG손해보험 처리방안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매각, 청·파산, 계약 이전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추가 인수자가 없으면 청산과 파산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는데 이 경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해보험 보험계약자(개인·법인)는 총 124만4155명으로 집계됐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가입자들은 최대 5000만원까지 해약 환급금을 보장받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 장치가 없다.
예금자보호법상 보장이 어려운 5000만원 초과 계약자는 총 1만1470명(개인 2358명, 법인 9112곳)으로 나타났다. 계약 규모만 총 1756억원에 이른다. MG손해보험의 청산·파산 때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개인 737억원, 법인이 1019억원에 육박한다.
일부 5000만원 초과 계약자의 경우 청·파산 배당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 또한 상당 시간 시간이 소요돼 구제 절차가 늦어질 우려가 크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이 청산 과정에 돌입해도 파산배당률은 최소 50% 이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확한 배당률은 파산 이후 산정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통상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법원에 파산채권으로 신고한 후 일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매각회사) 자산을 현금화한 다음 배당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MG손해보험이 청·파산될 경우 이후 가입자들이 MG손해보험 당시와 동일한 조건이나 계약을 기준으로 타 보험사에 재가입하기 어려워진다. 담보는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 청산 이후 계약자들은 기존 계약보다 보장이 축소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하고 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 MG손해보험 계약자가 125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피해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 보험사에 계약을 이전하는 방법도 사실상 쉽지 않다. 계약 이전이란 MG손해보험이 보유한 계약들을 여러 보험사가 나눠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1년 3월 리젠트화재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뒤 같은 해 5월 예금보험공사에서 공개매각을 진행됐지만 결국 매각이 결렬됐다. 다음해 금융감독위원회는 리젠트화재 계약을 전부 이전하는 방식으로 처리를 결정했고 리젠트화재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뒤 실사를 거쳐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에 계약이전을 진행했다. 당시 리젠트화재 계약건수는 총 40만건에 이르렀지만 계약조건 변경 없이 전체 보험 계약과 자산 대부분을 계약 이전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 없고 이전받는 보험사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계약 이전은 고객 피해는 없지만 문제는 손해율이 높은 상품까지 떠안고 싶은 보험사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MG손해보험 계약 대부분은 1세대 실손보험 등 손실이 뻔히 보이는 과거 판매된 상품들이다"며 "최근 건전성 등 보험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된 상황에서 계약 이전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리젠트화재의 계약 이전만 해도 금융당국의 자금지원이 있었고 일부 계약에서는 수익도 발생했지만 MG손해보험은 계약의 질이 나빠 손실이 뻔한 계약인데 이를 받아 오는 것 자체가 수익성, 손해율, 건전성 관리 등에서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MG손해보험 처리 방안의) 선택지가 굉장히 좁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속히 처리 방안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전한 시장질서, 보험계약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된 여러 의견을 보험업권 등으로부터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