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영주택 청약 26개 사업장 중 11곳 평균경쟁률 1대 1 미만
미분양 우려에 공급일정 미루기도···공급예정 물량 중 실제 분양된 단지도 40%대 불과

수도권 대단지의 한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대단지의 한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한강변 국민평형 아파트가 70억원을 돌파하는 등 주택 상급지는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분양을 마친 분양시장에서는 세 곳 가운데 두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며 건설사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민영주택은 총 26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2순위 청약을 마감한 후 한 타입이라도 미분양이 난 사업장은 20곳이다. 분양한 사업장의 76.9%가 미분양난 셈이다. 이 가운데 평균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한 사업장도 11개 사업장이다.

대규모 미분양이 난 사업장은 주로 중견건설사가 시공하는 사업장이다. 일례로 유림E&C가 짓는 남울산 노르웨이숲은 지난달 분양 결과 총 328세대 모집에 15명만 접수해 전 타입이 미분양으로 남았다. 영무토건이 시공사로 참여한 경기도 양주시 양주용암 영무예다음 더퍼스트는 사업장 인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덕정역 개발 이슈에도 불구하고 279세대 공급에 26개 통장만 접수됐다.

이처럼 서울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예정돼있던 분양 일정을 미루는 사업장도 많아졌다. 종합 프로텍트 기업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예정이던 총 1만2676가구 중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총 5385가구로 집계됐다. 공급 실적률이 42%에 그친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해봐도 공급물량은 대폭 줄었다. 올해 1분기 전국의 민간 공급 예정 사업장은 32곳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5곳이었다. 직방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가 위축됐고, 건설사는 분양 일정을 신중하게 조정했다"며 "전년보다 공급 예정 물량이 감소했음에도 실적률 성적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는 원인에는 탄핵정국과 함께 늘어나는 미분양 적체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7만173가구)보다 3.5% 증가한 수준이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2872가구까지 증가했는데, 이는 2013년 10월(2만3306가구) 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자 중견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 법정관리에 돌입한 중견사가 늘고 있는데 시장침체로 분양 일정을 계속 미루면 시공사는 미청구공사액과 미수금 증가로 재무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의 경우 자금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일정 수준의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지만, 분양 수익에 의존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욱 위태롭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사들이 분양에 실패할 경우 현금흐름 둔화로 인해 치명적일 수 있다”며 “LH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 등 조치만으로는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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