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 K-플랫폼의 가치를 조망한다’ 전문가 토론회 개최
과도한 규제 정책 개입 지적…스타트업 생태계 확장 지원 강조도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K-플랫폼’ 산업의 전략적 육성과 규제 개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세대 유니콘, K-플랫폼의 가치를 조망한다’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디지털 경제 3.0 포럼이 주최하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관했다.
토론회에서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쟁시대, K-플랫폼의 가치’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강 교수는 플랫폼은 ‘시장도 아니고 조직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거래 메커니즘으로 이를 규제하거나 진입할 때는 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핵심 가치는 생태계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오고, 단순 시장 전략보다 정치, 규제, 이해관계자 조율 등 비시장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플랫폼 간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플랫폼 내부 경쟁에 대한 규제는 전체 플랫폼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AI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 구조와 유사하게 계층화돼 있고, 우리나라가 아직 기회가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갈등, 규제, 정치적 문제로 인해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 경제는 2028년까지 약 16조50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고, 한국에게도 기회가 크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와 콘텐츠산업의 가치는 각각 약 656조원, 약 687조5000억원이다.
다만 “한국의 플랫폼 경제는 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잠재력이 크지만, 글로벌 빅테크와는 질적·양적으로 큰 격차가 있다”며 “콘텐츠산업에서도 플랫폼이 없으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특히 영상 분야는 플랫폼 부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고, 이를 통해 AI 경쟁력 확보와 자본시장 활성화, 경제성장 기반 마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K-플랫폼을 통한 한국 외식산업의 성장’을 주제로 한국과 싱가포르의 플랫폼 산업 환경 차이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한국의 플랫폼 산업은 디지털 규제가 강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제약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특히 온플법 도입 시 네이버 시총이 16.2% 하락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폐지했으며, 한국은 이를 강하게 추진 중”이라며 “싱가포르는 AI 규제가 없고 기존 법을 활용한 간접 규제를 통해 기업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디지털 대출 등 핀테크 분야에서도 플랫폼에 적극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이에 ‘그랩’의 경우 동남아 푸드 딜리버리 시장의 60%, 전체 플랫폼 시장의 75%를 점유하며 ‘슈퍼 앱’으로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플랫폼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면서, 또한 “소비자들이 플랫폼 서비스를 무료로 여기는 인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K-플랫폼을 통한 한국 웹툰산업의 성장’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김 대표는 개별 창작자나 중소 플랫폼이 비용, 인력 운영 등의 한계로 웹툰의 불법 유통을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모니터링 운영을 위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권리자 단체가 자생적으로 적극적인 침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웹툰 플랫폼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 등과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웹툰 콘텐츠를 글로벌에 유통할 수 있는 판로가 더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같은 눈높이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화하고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K-플랫폼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특히 플랫폼에 대한 규제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역별 맞춤형 접근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전략적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하나의 대작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콘텐츠를 거래하는 시장의 조성이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글로벌 경쟁, 글로벌 표준의 관점에서 불법‧불공정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지원정책의 방향도 ‘K-국뽕’ 동반성장 전략에서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확장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K-플랫폼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환기 노력이 절실하고, 과도한 규제정책 개입이 국가 콘텐츠 산업 경쟁력과 기업 간 글로벌 경쟁에 미칠 영향을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지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지 플랫폼이 시장과 사회에 파급력을 가진다는이유만으로 별도의 규범을 도입할 필요성이 적다”며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특징을 포착하고 개별 영역에 걸맞는 규제 방법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영역별로 별개의 대응을 하는 방식이 플랫폼 경제의 특징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콘텐츠 플랫폼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국가적 전략이 요구되는 AI 산업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두 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층적인 비전과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정책적 측면에서도 플랫폼 및 AI 산업의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공고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착취 또는 배제행위 등 명백한 경쟁제한행위는 염격히 규제하되,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고 발전 중인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산업 진흥과 혁신 가능성을 균형있게 고려하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 또한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AI 기술과 결합된 플랫폼이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선도하는 현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 관점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플랫폼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기회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경제 3.0 포럼 공동대표인 김종민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주력 산업 대부분이 흔들리고 있다”며 “주력 산업인 반도체,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이 초격차 확보 실패로 경쟁력을 잃고 있고, 혁신 기업과 스타트업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분야도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큰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유니콘 기업’은 단순히 큰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상징”이라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는 혁신 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경제 3.0 포럼 공동대표 이성권 의원도 “대한민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고,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안감이 크다”며 “현재는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 없이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디지털 경제 3.0’ 시대이고, 글로벌 빅테크를 보유한 국가들과 격차가 커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리 기업이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안에서 데이터를 기업에 얼마나 많이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의 요소가 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데이터 기반 혁신이 불가능하고,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