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삼성 3.5조·GS 2.2조···전년 실적 육박
기존 강자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주춤
“하반기 압구정2구역·성수1구역서 판도 바뀔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이 삼성물산·GS건설 양강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은 1분기 만에 수주 실적 3조원을 넘기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GS건설도 2조원대 수주고를 기록하며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기존 강자였던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주춤한 흐름을 나타냈다. 업계에선 하반기 압구정2구역과 성수1구역 등 초대형 사업지를 기점으로 또 한 번 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GS건설 공격 행보, 지난해 실적 턱밑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을 시작으로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2416억원),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4544억원), 송파 한양3차 재건축(2595억원) 등 굵직한 사업지를 연이어 수주했다. 누적 수주액은 2조52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사비 1조310억원 규모 신반포4차 재건축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주가 유력하다.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은 오는 29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수의로 계약하는 안을 의결해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신반포4차는 1212가구 대단지로 서울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 입지다. 삼성물산은 이 단지를 ‘래미안 헤리븐 반포’로 조성해 래미안 원베일리·퍼스티지·트리니원과 함께 ‘래미안 타운’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반포4차 수주가 확정될 경우 삼성물산의 1분기 수주액은 3조556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실적(3조6398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다음 달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시공사로 확정되면 누적 수주액은 4조원을 넘기게 된다.
GS건설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중랑구 중화5구역 공공재개발(6498억원), 부산 수영구 수영1구역 재개발(6374억원), 관악구 봉천14구역(6275억원), 노원구 상계5구역(2802억원) 등을 수주하며 1분기 만에 2조1949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국내 건설사 중 올해 정비사업 2조원을 찍은 건설사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여기에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재건축(1조6934억원)도 수주가 유력시되고 있다. 경쟁자로 꼽히던 삼성물산이 입찰에 불참하면서 GS건설만 단독으로 응찰했다. 또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도전한 중구 신당10구역(6220억원) 시공권까지 따낸다면 수주액은 4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GS건설은 리뉴얼한 ‘뉴 자이’ 브랜드를 앞세워 정비사업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왔다. 삼성물산은 강남·용산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에 집중하는 한편 일부 사업장에선 전략적으로 입찰을 포기하는 등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반면 GS건설은 서울 전역의 재개발 구역을 폭넓게 공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위’ 현대건설 3개월 만에 마수걸이 수주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실적 1·2위를 차지했던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다소 주춤한 출발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전날(23일)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부산 연제구 연산5구역 재건축을 따내며 올해 첫 수주를 기록했다. 공사비는 1조4447억원이며 지분율은 현대건설이 53%, 롯데건설이 47%다. 삼성물산과 경쟁이 예상됐던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40억원)은 2차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이 단독 참여하며 2분기 중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까지 1조4532억원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 재건축(1조2972억원)와 서울 광진구 상록타워 리모델링(1560억원)에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2조원 규모 서울 동작구 우극신(우성2·3단지, 극동, 신동아4차) 리모델링 사업에도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추가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롯데건설(1조4826억원), HDC현대산업개발(8565억원), DL이앤씨(3993억원) 등은 잰걸음을 내고 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재개발(3522억원), 노원구 상계5구역 재건축(4203억원), 부산 연제구 연산5구역 재건축(7017억원) 등 3곳을 수주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강원 원주 단계주공 재건축(4369억원)과 부산 수구 광안4구역 재개발(4196억원)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 등은 아직까지 수주 실적이 없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압구정2구역과 성수1구역 등 대형 사업지를 기점으로 또 한 차례 수주 판도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대건설이 1강 체제를 유지했지만 올해부터는 삼성물산과 GS건설 중심으로 수주 판도가 재편되는 모양새다”며 “하반기 핵심 사업장에서의 경쟁이 올해 전체 정비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