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차세대 ADC 개발 속도전
CDMO 업계, ADC 시설 확보 분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글로벌 ADC(항체약물접합체) 시장이 커지면서, 빅파마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 바이오벤처들의 진입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별 R&D(연구개발) 전문성을 살려 차세대 ADC 항암 신약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에이비엘바이오, 지놈앤컴퍼니, 큐리언트, 앱티스 등이 해당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ADC 신약 관련 R&D 및 사업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CDMO(위탁개발생산) 업계에서도 ADC 의약품 수주를 위한 설비 증설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로써 ADC 시장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를 이을 차세대 신약 분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ADC는 항체와 항암제(페이로드)를 링커(Linker)로 결합해 원하는 부위의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항암제다. ADC가 항암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치료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ADC는 항체가 특정 암세포나 질병을 타깃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정상적인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필요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약물이 작용한다. 따라서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적다.

◇ ADC 향한 잇따른 빅파마 러브콜

이에 따라 빅파마를 필두로 ADC 기술 확보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화이자, BMS,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로슈 등은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성공 이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ADC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전환점이 되고 있다.바이오텍들의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빅파마들의 니즈가 커지면서다. 국내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거나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수익 전략을 짠다. 업계에서는 국내 벤처들 사이에서 ADC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노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ADC 신약 개발 주요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ADC 신약 개발 주요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난 2023년까지는 국내 ADC 시장 내 독점적 지위는 리가켐바이오가 차지하고 있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컨쥬올(ConjuALL)’을 통해 다양한 ADC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2006년 설립 후 14건의 기술이전을 달성시켰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두 건의 ADC 관련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2022년에는 얀센과의 2조 2458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 외에도 3건의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에이비엘·지놈·큐리언트 등 ADC 참전 활발

리가켐바이오의 발자취를 쫓는 대표 기업으로 에이비엘바이오가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반의 신약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바이오 기업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중항체 ADC로 R&D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알리며 파이프라인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400억원의 유상증장를 진행하며 ADC 개발에 투입할 실탄도 확보했다.

대표적인 ADC 파이프라인으로는 비소세포폐암·난소암·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ABL-206’, 췌장암·식도암 치료제 ‘ABL-209’, 대장암·식도암 치료제 ‘ABL-210’가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세 파이프라인에 대해 올해 하반기 2건, 내년 상반기 1건 FDA 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기존 ADC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바이오벤처들도 시장 참전 의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놈앤컴퍼니와 큐리언트가 해당된다. 두 기업은 각각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역량을 키웠다. 그러나 ADC 분야로 사업 전략을 재편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ADC 항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DC 파이프라인에 대해 초기 전임상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익 전략을 다시 짰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스위스 디바이오팜과 ADC용 항체 ‘GENA-111’을 4억2600만달러 규모 기술이전을 성공시키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큐리언트는 올해부터 이중 페이로드-ADC 신규 플랫폼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핵심 항암제 임상과 ADC 플랫폼 개발을 동시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동아에스티는 2023년 ADC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스 인수를 인수하며 ADC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섰다. 앱티스는 항체 변형 없이 위치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시킬 수 있는 3세대 링커 플랫폼 ‘앱클릭(AbClick®)’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자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AT-211(Claudin 18.2)’의 임상도 곧 개시될 전망이다.

◇ CDMO 업계까지 파급, ADC 수주 대응

국내 CMDO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3사 모두 ADC 수주 노리며 생산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ADC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2027년 1분기까지 ADC DP 생산라인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도 CDMO 사업에 뛰어들면 ADC를 주요 타깃 분야로 설정했다. ADC 신약 개발도 추진 중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2종의 고형암 ADC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시러큐스 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수주 기회를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D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신약 개발 열기는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ADC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과 기술도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기출시된 ADC 치료제의 한계를 개선한 차세대 ADC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항암제 시장에서 ADC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데 표적항암제로서 전신 독성이 높은 화학항암제 치료를 대체해 높은 약효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국내 ADC 파이프라인에 대한 빅파마들의 관심도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BMS 11조원에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을 인수하는 등 차세대 ADC를 향한 빅파마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에게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발 빠르게 ADC 위주로 R&D 포르폴리오를 재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트렌드는 사실상 GLP-1 비만치료제와 ADC가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CDMO 업계도 향후 ADC 의약품 수주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선대응을 위한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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