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뱅크, 인가 신청 철회···'정치적 요인' 관측
유뱅크도 발 빼···약한 자본 경쟁력 해결 못한듯
'정권 바뀔 수 있는데'···제4인뱅 출범 가능할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더존뱅크·유뱅크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은행 설립 예비인가 신청을 하지 않기로 하자 업계에선 두 곳의 불안요인이 현실화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더존뱅크는 정치적 문제, 유뱅크는 상대적으로 약한 자본력이 문제가 된 것이란 설명이다. 더불어 제4인터넷은행 사업 자체가 완료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더존뱅크 컨소시엄은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더존뱅크는 제4인터넷은행 설립 경쟁에 있어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곳이다.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에 오른 신한은행과 손해보험업계 2위사인 DB손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존뱅크가 제4인터넷은행 설립 사업을 접은 이유론 정치적 요인이 꼽힌다. 더존뱅크를 이끄는 더존비즈온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인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수석은 지난 2021년 12월까지 더존비즈온의 자회사인 더존비앤에프의 대표 자리를 맡았다. 이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존비즈온이 정부와의 관계를 등에 업고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점이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바뀐 정부의 주도로 심사가 이뤄질 확률이 높은 것이다. 기존 정부와 커넥션 의혹이 있는 더존뱅크가 예비인가를 신청하면 새 정부의 눈 밖에 날 수 있다.
특히 더존뱅크의 재무적 버팀목으로 나섰던 신한은행은 이러한 정치적 요인에 더 민감하다. 국내 은행권은 다른 산업보다 더 정치권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우리금융지주는 정치권의 영향으로 인해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교체된 바 있다. 더구나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의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한은행이 정치 변동 상황에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4인터넷은행 인가 경쟁의 또 다른 유력 후보자인 유뱅크도 예비인가 신청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네이버클라우드, 렌딧, 삼쩜삼, 트래블월렛, 대교, 현대백화점, MDM플러스, 현대해상 등이 참여했다. 유뱅크 측은 최근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이번 예비인가 신청을 포기한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결국 자본력에서 다른 컨소시엄에 밀렸기 때문에 유뱅크가 발을 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컨소시엄에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현대해상 정도다. 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을 등에 업은 다른 컨소시엄을 따라가긴 쉽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특히 이번에 예비인가 신청을 결정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5대 시중은행에 포함되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속해 있다. 유뱅크는 기업은행을 참여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기업은행은 결국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게다가 제4인터넷은행 설립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도 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업 자체를 원점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4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은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제다. 이 대출을 주로 취급하면 자산건전성이 악화돼 은행은 경영난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부터 다른 인터넷은행과 달리 소상공인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결과 지난해까지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 나아가 제4인터넷은행이 일단 설립이 되면 결국은 가계대출 증가를 초래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새 인터넷은행이 출범 초엔 설립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많이 내줄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에 빠지면 당국에 가계대출 사업을 대폭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당국도 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요구를 들어줄 확률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라면서 “새 인터넷은행이 중소기업 특화은행으로 출범하더라도 결국은 주담대 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