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와 엔화 동시 투자하는 상품 성과↑
추가적인 엔 강세와 미 국채 금리 하락 가능성 제기
트럼프발 불확실성 확대에 리스크 고려해야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 장기 국채와 일본 엔화에 투자하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미국 국채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채 금리 하락(가격 상승)을 선호한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나 이 같은 방향성이 모두 맞아야 한다는 점에선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상장지수펀드) 보관금액은 7억1216달러(약 1조202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해외주식 중에선 22번째이자 일본 주식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 ETF를 적극적으로 담아왔다. 2023년 말만 하더라도 해당 ETF의 보관금액은 4억8363만달러(7049억원) 수준이었지만 1년 만인 지난해 말 6억6375만달러(9675억원)로 크게 늘었다. 미국 증시가 지난 2년간 대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 ETF는 미국 장기 국채의 금리 하락과 일본 엔화의 가치 상승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국채 금리 하락을 핵심 투자 아이디어로 삼은 국내 투자자들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에 상장된 해당 ETF를 주로 선택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시세 차익과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린 것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최근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할 뿐만 아니라 일본 엔화 가치도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의 경우 올해 초 연 4.987%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4.514%까지 내린 상태다. 이달 초에는 4.46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엔화도 가치가 뛰었는데,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달러당 146.54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초 158.89엔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국내 투자자들의 환차익과 관련된 원·엔 환율의 경우 이날 오전 100엔당 994.21원에 거래됐다. 원·엔 환율은 올해 초 100엔당 918.45원에도 거래됐었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엔화 상승이라는 방향성이 맞자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에 비슷한 전략으로 상장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올 들어 각각 8%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1월 13일 저점 기준으로는 각각 11.28%, 11.42% 수익률을 내보였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앞으로도 해당 투자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우선 미국 국채 금리 하락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 침체 우려 확대에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금리를 낮추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하락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 의회 연설에서 “오늘 금리가 아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크고 아름다운 하락”이라며 “이제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36조2000억달러인 미국의 막대한 부채 부담을 줄이려는 방편이라는 풀이다.

엔화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영향에 놓여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선 이달 초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예상대로 경제, 물가 전망치가 달성된다면 계속 정책금리를 올리며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상태다.

다만 두 조건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관세 부과가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등 경우에는 국채 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가 이와 비슷했는데, 당시 미국 국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가 치솟았다. 엔화도 달러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이 영향에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 각각 15% 하락하기도 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