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도 트럼프 "감내하고 관세 추진"
트럼프 효과로 10만달러 넘겼지만···8만달러도 '위태'
전략자산화 정책도 기대에 못미쳐···"상승재료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트럼프 효과’로 크게 올랐던 비트코인이 최근엔 그가 추진하는 관세정책으로 인해 고꾸라지고 있다. 더구나 최대 호재로 꼽혔던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하락의 원인이 됐다. 이에 비트코인은 당분간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 발생을 예상하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를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라며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관세정책을 밀어붙이겠단 뜻이다. 그는 이달 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우방국인 캐나다·멕시코에도 다음달 2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오는 12일부터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25%의 관세가 시행된다. 

이에 미국 내에선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경고가 잇달아 나온다.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물품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대형은행들이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전환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10일(현지시각) 2025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내렸다. 

가상자산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비트코인의 시세는 7만9860달러(약 1억1646만원)로 24시간 전과 비교해 3.22%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침체를 감내하겠단 뜻의 언급을 한 후 낙폭이 커진 것이다. 비트코인이 8만달러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11일 만이다. 비트코인은 트럼프의 당선 직후 급등해 올해 1월 초 10만달러선을 넘겼지만, 트럼프가 관세정책 시행을 발표한 지난달 초부터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친(親) 가상자산 정책의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미 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한다고 발표했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내려간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신을 가상자산 대통령이라 부르며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적극 내세웠다. 당선 후 그는 더 나아가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리플, 솔라나 등 여러 가상자산을 전략자산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사들여 보유하기 시작하면 가상자산이 안전자산으로서 지위가 올라가기에 시장의 기대는 컸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크게 오른 핵심 이유다. 

하지만 막상 미 정부가 발표한 안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비트코인을 새로 매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민형사상 자산 몰수로 획득한 비트코인만 비축한다고 했다. 이 안대로라면 미국 정부가 사이버 범죄를 처벌하며 압수한 비트코인이 시장에 풀리지 않아 물량이슈는 해소되지만,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더불어 트럼프는 7일(현지시각) 열린 가상자산 관련 회의 ‘디지털자산 서밋’에서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번 회의는 가상자산 회의가 최초로 백악관에서 열리는 것이기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 시장에선 트럼프가 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할 것이란 약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그는 이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등도 시세가 급락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트코인 시세에 대한 비관론이 연이어 나온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10일(현지시간) X를 통해 "비트코인이 7만8000 달러선을 지지하지 못하면 다음 목표가는 7만5000달러"라며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해당 구간까지 떨어지면 변동성이 보다 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간은 비트코인 상승재료가 소멸됐음을 지적하며 "당분간 강세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JP모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주식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긍정적인 상승 촉매제 부족과 모멘텀 둔화로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포지션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자료=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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