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서밋 백악관서 처음 열렸지만
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전략 비축 언급 없어
전략자산 비축 행정명령도 "신규매입 없다" 선그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이번 주(3~9일)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반등에 실패했다. 가상자산 관련 회의인 ‘디지털 자산 서밋’이 최초로 미국 백악관에서 열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대로 가상자산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향후 비트코인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5분 비트코인은 8만6120달러(약 1억2486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0.37% 소폭 상승했다. 지난 주말 8만5800달러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인 3일 급등하면서 9만5000달러선 부근까지 올랐지만 다음날 급락해 5일 오전 8만2171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6일 오후 9만20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다시 우하향 해 현재 8만6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초에 비트코인이 크게 올랐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과 리플, 솔라나 등 여러 가상자산에 대한 전략적 비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가상자산 비축은 바이든 행정부의 수년간 부패한 공격 이후 위기에 빠진 이 산업을 상승시킬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트럼프가 예정대로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바로 꺾였다. 트럼프에 의해 촉발된 관세 전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만큼 미국 내 물가는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통화 정책을 다시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 이러면 가상자산에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도 줄어든다.
더불어 가상자산 시장의 호재로 꼽힌 ‘디지털 자산 서밋’도 결국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7일(현지시각) 계획된 이 회의가 열리기 전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 대통령과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크립토 차르(가상자산 및 AI 책임자) 등이 이 회의에 참석해 업계에 대한 긍정적 발언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대로 비트코인을 미국의 비축 대상 전략자산으로 지정했지만 시장은 실망했다. 미 정부가 민형사상 자산 몰수로 획득한 비트코인만 비축하고 신규 매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당초 외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신규 매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빗나간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자산 서밋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을 전략 비축 자산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앞서 SNS에서 언급한 것과 다른 입장을 보인 셈이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연이은 호재에도 비트코인이 힘을 쓰지 못하자 업계에선 향후 시세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시각)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비트코인 상승재료가 소멸됐음을 지적하며 "당분간 강세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주식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긍정적인 상승 촉매제 부족과 모멘텀 둔화로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포지션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