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엘리엇 비밀 합의에 기한 소송
747억 약정금에 지연손해금 267억 요구
1심 “합의서상 지연손해금은 포함 안 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267억 원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놓고 벌어진 약정금 소송 항소심 절차가 이번 주 시작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는 오는 13일 오전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반환청구 소송 2심 1차 변론을 연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5만7234원으로 공시하자 저평가됐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합병은 가결됐고,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과 법원에 주가를 제대로 평가해달라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조정 신청을 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식이 낮게 평가받았다며 이에 대한 법적 판결을 구한 것이다.
이후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724억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삼성물산과의 비밀합의에 따라 267억 원의 지연손해금 등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지만, 엘리엇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사이 다른 주주들의 대법원 재판에서 1주당 주식매수 가격 5만 7234원은 너무 낮고 6만 6602원이 적당하다는 판결이 나오자, 삼성물산은 엘리엇과 ‘소를 취하하는 대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던 다른 주주들이 받는 보상과 동일한 내용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비밀합의를 맺었다.
합의에 따라 엘리엇은 항소를 취하하고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엘리엇은 대법원 선고가 나온 2022년 삼성물산으로부터 세금을 공제한 659억 원(세금 포함 약 724억 원)의 추가 지급금을 받았다.
그런데 엘리엇은 비밀 합의에 따라 미정산된 약정금 및 지연손해금이 남아있다며 지난 2023년 10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의서상 산정 기준에 삼성물산이 다른 주주들에게 지급한 주식매수대금 원금뿐 아니라 ‘지연손해금도 포함된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이 다른 주주들에게 지연손해금을 지급했으니, 자신들에게도 지급 시점인 2022년 5월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물산은 합의서에 근거해 지급된 659억 원에 지연이자도 다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연손해금, 이행지체금이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에서는 삼성물산이 이겼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추가 약정금을 더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의서에서 ‘본건 제시가격을 초과해 제공한 주당 대가 또는 가치 이전의 가액’은 주식매수가격의 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를 지연손해금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엘리엇의 청구는 기각됐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 끝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물산 주가 저평가를 문제 삼은 엘리엇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대에도 당시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가결된 바 있다. 이 합병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등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