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층 8억 vs 99층 9억
분담금 감소 효과 무색
4월 총회서 최종 결정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산 재건축 최대어 ‘삼익비치타운’이 초고층 건립을 두고 기로에 섰다. 부산시가 제안한 99층안과 기존 60층안 사이에서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9층안은 일반분양 물량 증가로 분담금 감소 효과가 기대됐지만 오히려 분담금이 9억원까지 치솟으면서 조합 내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익비치타운 조합은 다음 달 총회를 열고 최고 층수와 건축 방식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조합원들에게 제시된 선택지는 두 가지다. 기존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가 설계한 60층 건축안(12개 동·3225가구)과 부산시가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제안한 99층 건축안(6개 동, 3700가구)이다.
삼익비치타운은 지난해 10월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초고층 재건축 가능성이 열렸다.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를 토대로 디자인이 유려한 건물을 지을 경우 지자체가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부산시가 99층 특별건축계획안을 제안했고, 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를 맡았다. 페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층수가 높아진 만큼 일반물량도 증가해 분담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퍼졌다. 99층은 서울 롯데월드타워(123층), 부산 해운대 엘시티(101층)에 이어 셋째로 높은 층고다. 재건축 아파트로만 한정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단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분담금은 더 늘었다. 조합이 최근 공개한 추청 분담금은 전용면적 84㎡(약 34평) 기준 9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존에 추진하던 60층 재건축 계획에서 예상했던 8억원보다 1억원 높은 금액이다. 특히 2023년 초 안내된 7억원 대비 거의 30%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업계에선 초고층 건설에 따른 비용 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설명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60층안은 3.3㎡당 공사비가 900만원 수준이지만 99층안은 1250만원까지 올라간다. 공사비가 약 40% 이상 상승하는 셈이다. 분담금 상승을 감안했을 때, 조합원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60층과 99층은 단순히 층수만 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초고층 건물은 내진 설계, 고급 자재 사용, 첨단 공법 적용 등이 필수이기 때문에 공사비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분담금이 공개되면서 조합 내부에서도 99층안을 두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익비치타운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초기엔 99층 특별건축안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분담금 정보가 공개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특히 은퇴 세대가 많은 이 단지 특성상 추가 대출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99층으로 지을 경우 랜드마크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동시에 가치도 더 높아질 수 있어 찬성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부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99층 재건축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0월에는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으나 분담금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는 거래량이 줄었다. 삼익비치타운 전용 73㎡는 지난달 9억98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0억7050만원(10층)에 비해 하락한 가격이다. 전용 148㎡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거래가 끊긴 상태다.
삼익비치타운은 1979년 준공된 지상 12층, 33개 동, 3060가구 규모 대단지다. 부산에서 드물게 평지에 지어졌고 광안리 해변을 접해 입지가 우수한 편에 속한다. 단지가 속한 수영구는 최근 몇 년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며 부산 내 새로운 부촌으로 부상 중이다. 남천동 일대는 바다 조망과 교통 편의성으로 인해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며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