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문화한국 2035 발표
한류확산책·예술기관 지방이전 등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한류문화의 글로벌화를 위해 재외문화원 기능을 강화하고,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유숙박업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어린이 예술마을과 시니어 예술마을 등 연령층에 맞는 지원을 통해 저출생고령화를 극복한단 계획이다. 향후 10년 정책 로드맵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현재 정국상황을 감안할 때 추진 동력을 받긴 쉽지 않단 분석도 제기된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인촌 장관과 용호성 1차관 등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분야 중장기 전략을 담은 ‘문화 한국 2035’를 발표했다. 관련 산업 활성화와 한류 문화 확산에 더해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대책도 담았다.
주요 내용을 보면, 한류 글로벌화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강화한다. 최근 한류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주류 문화의 일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예술을 넘어 한식, 의상 등 다양한 생활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한단 아쉬움이 현장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한류 문화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문화 콘텐츠 잠재력이 굉장히 강함에도 국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미주권에서 최근 제2외국어로 가장 각광받는 언어가 한국어다. 한류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는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한류 문화 확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재외문화원 시스템을 개편해 국가 위상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주 전 세계 문화원장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문화원장을 선발할 때도 기초소양평가를 도입하는 등 선발 평가를 강화하고, 문화원장에 대한 교육과 평가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원이 콘텐츠나 관광 분야 등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도록 확장된 형태인 코리아센터를 현재 6개소에서 2035년까지 16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제교류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문화예술기관 등에서 10~20년 정도 역량을 쌓은 전문인력들이 해외 한국문화원에 파견 근무하도록 하고 은퇴인력 활용도 지원한다. 국내 대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도 진행한단 계획이다.
문체부 측은 “한국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며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도로건설, 공장 건설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건립에 더해 전문인력, 콘텐츠 개발 부분의 노하우까지 공유해 전세계 문화발전에 우리나라 역량이 같이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숙박과 교통,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숙박 분야는 내국인 도시민박 등 공유숙박을 전면 제도화하고, 숙박관리업을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수도권 중심 방한관광에서 지역 관광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역관광 교통혁신 선도모델을 발굴한다. 자전거, 전적지, 크루즈, 치유, 교육 등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마련한단 구상이다.
문체부는 지역 간 문화 균형발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를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4개 지역에 국립청년예술단체를 신설하고, 서울예술단을 광주로 이전해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개편한다. 다른 국립예술단체들도 지역 여건과 수요 등을 고려해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혁신도시를 만들 때 20여년 전 지역으로 내려가지 않은 단체들이 10여개 있다”며 “그런 공공기관들도 성격에 맞게 단계적으로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있는 미술관, 박물관 등 국립예술문화기관의 지방 분관 확대도 추진한다.
저출생고령화에 대한 문화적 해법도 내놓았다. 올해 170억원 예산을 확보해 리모델링을 시작한 용산 어린이 예술마을과 같은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한다. 어린이 예술마을은 아이들의 예술 분야 체험,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문화예술, 인문, 체육 활동 서비스를 시니어 세대에 맞게 제공하는 시니어 여가센터도 지역별로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문화, 체육, 관광 분야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현실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고 탄핵정국으로 여야간 대치가 첨예한데 상당수 방안이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 및 정권교체 가능성도 제기돼 상당수 정책이 뒤집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 장관은 “지금 정국이 혼란한 상황이라 지금 이걸(발표를) 안 했으면 좋겠단 분도 있고 여러 의견이 있었다”며 “(문체부 내에서) 의견 합의를 본 안이기에 큰 변화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감싸는 환경이 어렵지만 흔들림 없이 우리 할 일을 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