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6일까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
2000억 배당금 4월 지급 내세워 턱걸이 상장···배당수익률 11%
실적감소 추세에 상장 이후 배당금 이상의 주가 하락 가능성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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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이 우여곡절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 들어갔지만 공모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후 2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오는 4월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면 당장 내년 서울보증보험의 배당금부터 삭감될 수 있다.

최대주주인 지분매각 계획도 서울보증보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서울보증보험 공모청약에 응하기보다 상장 후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을 때 장중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 서울보증보험, 고배당 호소인?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6일까지 이틀간 서울보증보험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이 진행된다. 청약 신청은 공동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서 가능하다.

서울보증보험은 1969년 설립된 국내 유일 보증보험사로 각종 이해보증과 신원보증, 할부보증, 중금리·전세자금 대출보증 등 다양한 보증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2만6000~3만1800원) 하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경쟁률은 240.8대 1이었다. 공모가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총 공모금액은 약 1815억원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8154억원이다.

앞서 서울보증보험은 2023년 10월 상장에 도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자 한 차례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번에 재도전에 나서면서 공모물량(698만2160주)과 구주매출 100%는 그대로 구성했지만 2023년 10월 당시 제시했던 희망공모가범위(3만9500∼5만1800원)에서 상단 기준 몸값을 38%나 낮췄다.

특히 서울보증보험은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통과하기 위해 지난해 결산배당금 2000억원을 상장 다음 달인 4월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당금은 주당 2864원으로 공모가 2만6000원 기준 배당수익률이 11%에 달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추가로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매년 2000억원 규모의 총주주환원금액(현금배당+자사주매입소각)도 제시했고 최소배당금 보장, 분기배당 도입도 약속했다. 투자자들에게 서울보증보험을 고배당주로서 평가해달라고 어필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고배당 지속 가능성에 변수가 많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당기순이익이 2022년 5252억원, 2023년 4179억원, 2024년 2110억원 등 최근 3년간 매년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장기적으로 실적감소에 따른 배당이나 주주환원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보증보험은 2022년 이후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악화로 보험금 지급액과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손해율도 77.73%로 전년동기 54.89% 대비 급증한 상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수 부진 추세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건설 관련 보증도 전체 잔액 중 약 9%에 달하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경기 민감도가 높은 보증보험 특성상 실적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주가 하락이 배당보다 클 수도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고배당을 내세운 IPO기업의 흥행 성공 사례는 많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고배당을 내세워 상장한 종목은 지난해 11월 증시에 입성한 토종공모인프라펀드인 KB발해인프라다.

KB발해인프라는 향후 3년간 반기마다 주당 325원씩, 연간 650원의 배당을 약속하고 공모가 8400원으로 상장했다. 공모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연 7.7%에 달했다.

하지만 KB발해인프라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0.27대 1이라는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KB발해인프라 주가는 상장 이후 기존 주주 및 상장주관사를 맡았던 증권사들이 실권주를 대거 내다 팔 것이라는 '오버행' 우려에 발목을 잡았고 상장일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넘지 못한 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KB발해인프라 종가는 73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100원이나 떨어졌다. 현 주가가 유지된다면 공모주 투자자들은 2년간 4번의 배당을 받아야 겨우 본전인 셈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일각에서는 서울보증보험 역시 상장 이후 KB발해인프라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보증보험도 KB발해인프라처럼 기존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상장 이후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대거 매도할 예정이기에 오버행 우려가 적지 않다.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서울보증보험을 상장했다. 오는 2027년 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는 서울보증보험 잔여주식 5854만6746주(지분율 83.85%) 중 최대 33.85%의 지분을 털어낼 계획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상환기금 만기 도래 시점이 2027년 말임을 감안하면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는 1년 경과 시점부터는 일정 수준의 오버행 우려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측은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대응할 계획임을 언급했으나 유통주식비중 등을 감안하면 여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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