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서 시작···나눔재단과 관계 재정립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국타이어나눔재단(나눔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한국타이어 명칭사용금지 소송’ 첫 변론이 오는 7일 시작된다. 나눔재단은 조현범 회장의 큰누나 조희경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곳으로, 이 사건은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는 오는 7일 한국타이어 등이 나눔재단을 상대로 낸 ‘명칭사용금지 등 청구의 소’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월 나눔재단에 ‘한국타이어 명칭 사용을 3주 이내에 중단하라’는 내용의 증명을 보내고, 같은 해 6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내용증명과 소송은 한국타이어와 나눔재단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나눔재단은 지난 1990년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됐다. 저소득층 의료 지원, 취약계층 주거 지원, 대학생 장학 사업 등을 펼쳐왔다. 한국타이어는 기반금 30억원을 포함해 2023년까지 총 430억여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조현범 회장의 큰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은 2018년 선임돼 재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나눔재단의 갈등은 2022년부터 가시화했다. 조 명예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한 조현범 회장과 나머지 세 남매(조현식 고문, 조희경 이사장, 조희원씨)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다. 세 남매는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 것에 반기를 들었다. 차남을 후계자로 지목한 아버지의 판단에 의심을 품고 ‘정신건강이 의심된다’며 법원에 소송(한정후견 개시심판 청구)도 냈다.

조 고문은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맞붙었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2021년 말 조 고문은 물러났고, 조 회장이 그룹 회장에 선임되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사법리스크를 겪으며 상황이 변했다. 세 남매 측은 총수가 부재인 그룹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여론전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남을 향한 아버지의 지지는 계속됐다. 조 명예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연달아 추가 매입하며 조 회장을 지원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최종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막을 내렸다.

한국타이어는 한정후견 개시심판 청구 항고가 기각된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나눔재단이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된다’며 명칭사용금지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번 소송까지 냈다. 업계는 ▲조희경 이사장의 재단 사익(私益)화 ▲사회복지재단 기능 상실 ▲조 이사장의 패륜적 소송 반복 등 소송의 배경으로 꼽는다.

반면 나눔재단 측은 “한국타이어의 기업브랜드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킨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구체적인 법률적 주장은 첫 변론기일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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