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소송부터 사법 리스크까지
메디톡스 '수난시대' 극복 촉각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메디톡스가 국내외 소송전을 비롯해 시장 경쟁, 경영진 사법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내홍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 보톡스 1위 자리는 경쟁사 휴젤에게 빼앗겼고, 톡신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주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메디톡스는 제품 다변화로 해외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자체 톡신 제제에 대한 국가별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톡신 파이프라인으로는 메디톡신, 뉴럭스, 코어톡스, 이노톡스가 있다. 2006년 국내 허가 받은 첫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시작으로 신제품을 지속 출시했다. 2013년 세계 최초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 ‘이노톡스’에 이어 2016년 내성을 줄인 비동물성 톡신 제제 ‘코어톡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2023년에는 계열사 뉴메코를 통해 수율과 품질을 높인 신규 톡신 제제 ‘뉴럭스’를 출시했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4종의 톡신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또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으로 개발한 ‘MT10109L’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일본에서도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품./ 표=김은실 디자이너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품./ 표=김은실 디자이너

◇ 경쟁사에 밀리고, 식약처에 치이고

앞서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출시를 기점으로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특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이익률은 50% 이상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수익성을 자랑했다. 그러나 2010년 휴젤의 톡신 제제 ‘보툴렉스’, 2015년 대웅제약의 ‘나보타’의 등장으로 메디톡스의 위상은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2019년 영업이익률은 12%대로 떨어졌고, 2020년 적자 전환했다. 2020년은 메디톡스가 정부를 상대로 톡신 제품 관련 여러 행정소송을 벌이던 시기다. 당시 식약처는 메디톡신, 메디톡신50단위, 메디톡신150단위 등 3개 품목의 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코어톡스에 대해서는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 허가취소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이노톡스에 대한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와 허가 취소 등 처분 절차도 진행됐다.

또 주요 경쟁사 휴젤, 대웅제약과 미국 ITC 소송전까지 겹치며 메디톡스의 소송 판관비 부담은 매년 늘어갔다.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영업이익률은 11%에 그쳤다. 지난해 휴젤의 영업이익률이 44.6%에 달했던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메디톡스보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온 휴젤과 대웅제약이 먼저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2019년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휴젤은 지난해 보툴렉스(미국 수출명 레티보)에 대한 FDA 허가를 따냈다. 반면 메디톡스는 2023년 비동물성 액상 톡신 제제 MT10109L에 대한 글로벌 3상을 끝내고 FDA 품목허가 신청에 나섰으나, 지난해 사전심사 단계에서 거절 당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톡스 개발에 성공한 메디톡스의 자존심이 구겨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보톡스 불법 제조 혐의’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의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당초 검찰은 무허가 원액으로 만든 보톡스 제품을 불법 유통한 혐의로 정 대표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정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받긴 했지만, 메디톡스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 해외서 승부수, 美 대신 중남미·중동 공략

대내외 내홍을 겪은 메디톡스는 4종의 톡신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과거엔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 위주로 수출국을 늘려왔다. 향후 뉴럭스에 대한 입지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뉴럭스는 2023년 국내 허가에 이어 지난해 페루와 태국에서도 정식 허가됐다. MT10109L에 대해서는 미국 진출과 함께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병행 진출을 준비 중이다.

메디톡신에 대한 적응증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간주름 외에 외안각주름, 뇌졸중 후 상지경직, 소아 뇌성마비 첨족기형, 양성 본태성 쌍꺼풀 경련, 경부근 긴장이상 등에 허가를 획득했다. 중국에서는 미간주름, 본태성 눈꺼풀 경련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코어톡스 생산력도 강화한다. 최근 메디톡스는 오송 3공장 E동을 코어톡스 신규 제조소로 추가했다. 2016년 출시 초기 코어톡스는 오창 1공장에서만 생산됐다.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면서 2021년 3공장 B동을 제조소로 승인받고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이번 제조소 추가로 B동보다 3배 이상의 생산 규모를 갖춘 E동에서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코어톡스는 생산캐파를 확장해 국내외 수요와 수출 확대에 대비할 방침”이라며 “뉴럭스는 20여개국에서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과 남미지역 위주로 뉴럭스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다”며 “미국 진출을 준비했던 MT10109L은 제품의 문제가 아닌 일부 서류의 누락으로 보완 작업이 필요했던 만큼, 최대한 신속히 서류를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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