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 면허 1호에 한때 시평순위 3위 삼부토건, 3년 연속 영업적자
지난해 경기도 오피스텔 미분양에 준공지연, 임직원 급여 지연까지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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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70여년 업력의 토건면허 1호 삼부토건이 신동아건설, 대저건설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견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하루 전인 24일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삼부토건은 신청 사유로 “경영 정상화와 계속 기업으로의 가치 보존 때문”이라면서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사가 제출한 회생절차개시 신청서 및 첨부 서류 등의 심사를 통한 회생절차개시 여부의 결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부고속도로·지하철 1호선 등 상징성 높은 사회기반시설 건설

삼부토건은 1948년 충남 부여 출신의 삼형제가 창업을 하면서 사명을 삼부토건이라 지었다. 이후 1965년 건설부로부터 토건공사 면허 1호를 따냈다. 그만큼 국내 건설사 가운데 업력이 긴 건설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5년부터 1970년까지는 시공능력평가 3위를 기록했고, 경부고속도로·지하철1호선·장충체육관·영남화력발전소 등 국내 각종 사회기반시설의 공사에 참여해 1977년까지도 시평 5위권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국내 톱클래스 건설사로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창업주 조정구 회장이 1993년 별세하고 2세인 조남욱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사세는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도에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을 추진하다 사업이 중단되며 큰 손실을 보고 2015년 하반기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강남구 르네상스호텔 등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2년 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빨리 졸업했지만, 이후로도 사업 부진은 지속돼 지난해 기준 시평순위는 71위까지 내려앉았다.

특히 원자잿값 상승시기이자 국내 지방 주택시장 하락기인 2020년부터 실적 악화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가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2020년 처음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43억원 ▲2022년 807억원 ▲2023년 781억원 등 손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재무 건전성과 관련된 지표도 덩달아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838%까지 치솟았고, 순차입금비율은 2022년 35%에서 2023년 152%로 4배 이상 급증했다. 결국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간은 임직원 급여 지급까지 지연됐다.

◇PF 추진과정서 시공사 과도한 부담 떠안아···정부 개선방안 관심

삼부토건의 유동성 위기의 주된 배경으로는 미분양이 꼽힌다.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복합개발 건설사업에 참여했다가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미수금이 쌓이며 경영 위기가 커진 것이다.

주택 등 부동산 상품을 공급 및 판매하는 주체는 시행사다. 미분양이 나면 시행사가 위기를 겪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국내 시행사의 특성상 자금력 및 신뢰도 보강 차원에서 시공사는 일반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 중 책임준공, 미분양시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을 달게 된다. 이 때문에 잔여물량이 남게 되면 시행사뿐 아니라 시공사까지 덩달아 재무여건이 악화되며 위기를 맞는 구조다.

실제 삼부토건도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총 20층 규모 안산 단원구 복합개발사업 시공을 맡은 2021년 말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위기가 계속됐다. 미분양에 따른 분양미수금 증가로 공정률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책임준공도 약속한 시기보다 수개월 미뤄졌다. 결국 신탁사의 자체 자금까지 투입해가며 가까스로 프로젝트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지방 토착 건설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분양 물량이 상당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른바 악성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22년 7518가구에서 2023년 1만857가구로 증가한 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2만1480가구까지 급증했다. 부도 신고한 종합건설사도 지난해 말 기준 29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부도 업체 수는 2021년 12곳, 2022년 14곳, 2023년 21곳으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 들어서도 지방 건설사 한 곳이 부도 처리됐다.

건설사들은 PF 구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지난 수년간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은 5% 안팎에 머물러 있다. 공사비가 100만원이면 원가가 95만원 수준인 것이다. 쥐꼬리만한 마진율을 남기는 사업하겠다고 미분양이라는 커다란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가 문제이기 때문에, 최근 수주 자체를 아예 포기하고 개점휴업이거나 셔터내리는 중견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3월 중 부동산 PF 사업 추진시 건설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책임준공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책임준공 기한에서 하루라도 늦으면 시공사가 PF 대출 전액을 떠안아야 한다”며 “신규 사업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책임준공 조항이 늘 발목을 잡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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