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 2025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에서 출발하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시장에 충격파를 줄 수 있는 적지 않은 국내외 정치적·경제적 불안요소가 함께 하는데, 국내적으로는 탄핵정국, 국외적으로는 트럼프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대표적이다. 관련하여 2025년 주거용 부동산 투자의 향방을 가를 핵심변수를 살펴보자.
첫째, 탄핵정국의 조기수습 여부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은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탄핵정국을 맞이하게 됐다. 탄핵의 정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문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현실에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지금껏 대한민국 경기는 최악의 침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강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봤을 때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정국이 발발하면서 투자목적의 가수요층은 물론, 내 집 마련을 원하던 실수요층마저 관망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탄핵정국 이후 거래량 감소와 함께 약세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탄핵정국의 조기수습이 경기회복의 시발점이 되고, 한발 더 나아가 얼어붙은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녹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변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출 및 세금 규제 완화 여부다. 대출과 세금은 부동산 수요를 흔들 수 있는 핵심변수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 과열 시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 냉각 시에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알다시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거용 부동산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킨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단계별 시행조치였다. 통상적인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할 경우 대출한도는 급격히 줄어들기 마련이다. 당연히 투자여력은 약화되고 투자심리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장 2025년 7월부터 시행될 DSR 3단계의 유예 내지 폐지 여부에 따라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 내지 반등 여부가 갈릴 것이다.
한편 세금 규제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수요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변수 중 하나다. 부동산과 관련된 대표적인 세금 유형으로는 거래단계에서 발생하는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와 보유단계에서 발생하는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특히 다주택자에게 족쇄가 되고 있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의 중과 여부가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2025년 12월까지 비수도권에 소재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새롭게 구입한 기존 1주택자에겐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키로 했다. 지방권 주거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실상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조치(세금 규제 완화)를 채택한 셈이다.
셋째, 지속성 있는 미국발 금리 인하 여부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한발 더 나아가 침체의 늪으로까지 빠지게 만드는 장본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명적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준금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당초 예상과 달리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이에 동조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종결 이후 글로벌 인풀레이션 해소 및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부동산 시장에 긍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일 금리가 확연한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주거용 부동산 시장 역시 반등(상승)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끝으로, 수요에 대응한 안정적 입주물량 확보 여부다. 아파트로 대별되는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공급량의 과부족 여부가 가격을 좌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급량은 크게 분양물량과 입주물량으로 나뉘는데, 이중 가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코 입주물량이다. “과잉공급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입주물량이 일시에 몰릴 경우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해 매매가격 역시 하락세를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수요가 입주물량을 넘어선다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모두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부동산의 속성인 국지성·지역성·비대체성과 공급의 비탄력성을 감안하면 입주물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