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만큼이나 상금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그 상금이 비과세 혜택을 받다니
유난히 노벨상과 인연이 없어서 그런 걸까.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과 관련한 소식들이 연일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되고 엿새 만에 100만 부가 팔려 나갔다. 한강이 받는 노벨상 상금에도 관심이 크다. 그녀는 상금으로 1100만 크로나, 우리 돈으로 약 13억4000만원을 받는다.
직장인이 13억원이 되는 돈을 상여금으로 받았다면 어림잡아 50%는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한강의 상금에서는 세금을 떼지 않는다.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각 소득 유형에 따라 비과세 규정을 두고 있다. 작가 한강이 받는 노벨문학상 상금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비과세를 적용받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과 달리 반복적이지 않고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말한다. 로또 같은 복권 당첨금, 일시적인 강연료 등이 기타소득이다. 기타소득이 발생하면 8.8% 원천징수 후 이듬해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된다. 만약 필요경비를 차감한 기타소득이 300만원 이하면 추가 신고 없이 8.8%만 떼고 납세의무를 끝낼 수 있다. 다만 로또 당첨금의 경우 기타소득이지만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최대 33%를 원천징수하고 납세의무를 종결한다.
기타소득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상하는 게 쉽지 않고, 유형도 다양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세금을 떼먹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채용 포털에서 지급하는 소정의 구직 축하금 등도 기타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는 국세청 예규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 소득세법에서 비과세를 인정해 주는 사례는 상당히 많다. 직장인이라면 이메일을 뒤져서 최근 급여 명세서를 한번 펼쳐보라. 회사에서 식대 명목으로 주는 식사비월 20만원 한도가 대표적인 비과세다. 식대 비과세는 작년부터 기존 10만원에서 두 배로 늘어, 그만큼 내는 세금도 줄게 됐다.
연말정산 시즌마다 찾아오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비과세 혜택이 쏠쏠해 최근 주목받고 있다. ISA는 연간 2000만원, 총 1억원을 불입해 운영할 수 있으며 200만~400만원까지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은 3년. 3년 규정 때문에 세간에는 ‘ISA 풍차 돌리기’라는 말도 생겼다. 3년마다 기존 ISA를 해지하고 재가입해 비과세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ISA를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ISA는 소득이 없어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IRP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ISA는 투자에 제한이 없지만 IRP는 위험자산에 70%만 투자할 수 있다. 비과세인 ISA와 달리 IRP는 세액공제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린다.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도 잘 알려진 비과세 혜택이다. 우리나라는 주택을 보유한 후 집값이 올라 팔게 되면 매매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 더욱이 양도소득세는 ‘주택’이라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에 붙는 세금이라서 상벌의 성격도 확실하게 갖고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이거나 보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을 팔면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장기 보유하면 세금을 덜 내고 1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면 매매차익이 아무리 많아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비과세는 오늘날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 부영그룹이 자녀 1명당 1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정부가 기업의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비과세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이 시행하는 현금성 지원에 대한 ‘증여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현재 월 20만원으로 오른 식대 비과세도 적다는 여론이 많아 국회에는 현재 이를 30만원으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작가 한강 얘기로 돌아가자. 노벨문학상 수상 후 한강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과거에 한강이 한동안 달걀과 우유가 포함된 채식을 했다는 인터뷰가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슈퍼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에는 대부분 세금부가가치세이 붙는다. 그런데 나름의 기준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 ‘가공’ 작업을 했을 경우다. 반대로 ‘가공’이 없다면 부가가치세가 면세다. 따라서 가공 작업이 꽤 있는 우유에는 세금이 붙지만, 달걀에는 없다. 여담이지만 한강이 우유가 아닌 채소만으로 채식을 했다면 아마도 더 적은 비용이 들지 않았을까.
TIP. 비과세와 감세
비과세는 노벨상 상금이나 식대처럼 애당초 세금 부과 규정 자체가 없다. 하지만 감세는 납세자가 특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 내야 할 세금의 일부를 감면해 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자동차 내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단행하는 개별 소비세 인하는 세금 감면의한 종류다.
editor 심효진
words 유재철 <시사저널이코노미>정책·유통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