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현안질의서 하늘이법 취지 공감대
“정신질환 교원 전체 악마화는 문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신질환 교사가 흉기로 8세 여아 초등학생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재발 방지 법안 마련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정상적 교직 수행이 불가능한 교사를 신속하게 교육현장에서 분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여야 모두 큰 틀에서 입법 필요성에 공감했다. 의사 진단서 만으로 고위험 교원 복직 여부를 결정하는 건 부적절하단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폭력성을 지닌 고위험 교원과 일반적 정신질환을 동일시해선 안 된단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고 김하늘 양이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내에서 교사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사건 관련 당국 대응의 적절성, 재발 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정부 ‘하늘이법’ 입법 의지···심의위 법적 근거 강화 방침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이른바 ‘하늘이법’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하늘이법은 폭력성, 공격성 등으로 학생 등 타인을 위해 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을 교육현장에서 긴급하게 분리하고 일정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 등 필요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하늘이법 입법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고위험 교원과 일반적인 심리적 어려움은 구분해 정책을 수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규칙으로 개별 운영되는 현행 질환 교원 심의위원회를 교원 직무 적합성 위원회로 개선하고 법제화해 통일된 근거 법령을 마련하는 한편, 휴직 외에 복직 시에도 심의를 의무화 해 휴복직 심의 기능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개편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심의의 초점은 질환 유무에 두기보다는 질환 등에 따른 교직 수행 가능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결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 관련 휴복직 제도도 개선한다. 질환 등으로 직권 휴직 조치가 내려진 고위험 교원은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복직 시엔 심리 정서 회복 여부를 확인한다. 

학교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선 학내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CCTV 설치를 우선 확대 추진하고 학교 전담 경찰관을 충원하며 모든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을 충족시키기 위해 귀가 지원인력을 보강하고 귀가 알림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한단 계획이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학생 이동 안전 확보를 위해 희망하는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내 취약 공간에 CCTV를 설치를 확대 지원할 예정”이라며 “오후 4시 30분 이후 취약 시간대에 자원봉사자 등 안전 보호 인력을 확대 배치해 돌봄 학생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근무 체제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11일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11일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진단서 통한 문제교사 복직 지적···“적합성 체크 못 해”

여야 위원들은 당국이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징후를 간과했단 지적을 내놓았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해 교사의 폭력적 전조 증상이 계속 발생했는데 교육당국은 휴직만 권고했을 뿐 즉각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교사가 컴퓨터 모니터를 파괴하고 동료 교사를 폭행하고 이런 전조증상이 일어난 상황인데 왜 강제 분리하지 못했나”라고 따졌다.

이어 “해당 교사 복직 절차가 ‘정상 근무에 이상 없음’이란 단 한 장의 진단서 문구로 해결됐다”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6개월 휴직 신청했고, 20일 만에 복귀했는데 이 문구만으로 (복직이 가능)했는지”라고 비판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정신질환으로 장기 병가를 낸 교사가 면밀한 심리검사, 적합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 단순 의사 소견만으로도 복직이 가능한데, 의사는 건강상태만 체크하는 것이지 적합성 부분은 체크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설 교육감은 “의사 소견서만으로 판단하는 건 특히 정신 건강 관련해선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좀 더 면밀하게 업무 적합성을 검토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많은 선생님들이 문제 교사 행위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 (문제 교사가) 커터칼을 계속 구입해 책상 위에 있는 것을 선생님들이 계속 치웠다. 교사가 학교에서 칼을 들고 다녔던 것을 방치해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런 선생님에 대해 교장이나 다른 선생님 결정으로 수업을 배제시킬 절차와 과정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설 교육감은 “비정상, 정신적으로 이상한 교사라면 질환 교원 심의위원회에 상정해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질환 교원 심의위도 17개 시도교육청이 각각 다른 제도로 운영되고 있어 문제란 지적도 제기됐다. 

◇“심의위 남발 부작용···정신질환과 교사 폭력성 구분돼야”

고위험 교원에 대한 조사 기준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단 의견도 있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마음속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 경우 교사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하면 되는데, 단순 정신질환이 학교에 밝혀지면 오히려 위축돼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도 안하고 숨는 사람이 되는거 아니겠나”라며 “오히려 더 큰 심각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위를 남발하면 오히려 교사 피해가 더 양산될 수 있단 지적이다.

같은당 백승아 의원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다 범죄자,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교사의 정실질환이 아닌 폭력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질환으로 위기를 겪는 교사와 폭력성, 공격성을 보이는 교사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아픈 선생님들이 다시 회복 치유를 통해 열심히 가르칠 환경을 조성해줘야지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단 확인, 검사, 솎아내는 방향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이 부총리도 “정신질환과 교사 폭력성은 구분돼야 한단 기준을 갖고 있다”며 “교사 정신질환에 대해선 선별 보단 지원, 치유 쪽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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