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공매 플랫폼 구축했지만 좀처럼 거래 진전 없어
단순 정보 제공만으로 실질 매각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아
시장서 외면 받은 매물에 대해 인센티브 없이 플랫폼 변경에만 그쳐
자금 융통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경락자금 지원, 충당금 규제 속도 조절 등 방안 도입해야"

부동산PF 경·공매 추진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부동산PF 경·공매 추진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달 금융당국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했지만 좀처럼 거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달까지 부실 부동산 매물을 상당부분 정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진척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 정보 제공만으로는 실질적인 매각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 외면받은 매물에 대해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플랫폼만 변경하는 것을 놓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경·공매 매각 대상 PF 사업장은 총 195곳으로 집계됐다. 공개된 감정평가액 규모로만 6조원에 육박한다. PF는 건설이나 대형 사업과 같은 특정 프로젝트에서 미래에 발생할 현금 흐름을 담보로 그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앞서 지난달 금융당국는 매각 추진 사업장 현황을 제공하는 정보공개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기존 PF 경·공매가 진행된 '온비드'에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압류재산 등 위험 물건이 몰리자 이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저축은행중앙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중앙회 등 어느 홈페이지를 방문하더라도 매각 물건을 볼 수 있다. 금융회사가 매각을 추진하는 모든 PF 사업장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사업장 주소와 면적 등 일반 정보, 감정가액, 경·공매 진행 경과 인허가 여부, 담당자 연락처 등을 공시했다. 한구 금융감독원 중소금융 부원장보는 "우선 195개 사업장을 공개했다"며 "업데이트해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각 결과다. 새로운 플랫폼까지 구축했지만 실제 거래 성사는 지지부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저축은행업권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사업장 4곳 중 1곳이 입찰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전체 중 매물 비중이 가장 높은 저축은행은 매각 추진 중인 PF 사업장만 91곳인데 1차 입찰이 시작되지 않은 사업장은 18일 기준 총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입찰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 저축은행 사업장만 놓고 보면 규모로 83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전체 부동산 PF 감정평가액이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가운데 83% 규모에 해당하는 사업장의 매각이 멈춰 있는 셈이다. PF 사업장은 주거·상업·기타 시설 등으로 분류되고 감정평가액을 기반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입찰 날짜도 정해지지 않는다.

물론 입찰을 한다고 해 무조건 거래가 성사되는 것도 아니다.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평가액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매각되지 않은 사업장도 있다. 수도권에 한 사업장은 감정평가액이 200억원에서 11차례 입찰이 이뤄지며 8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부산의 한 사업장은 1차 입찰 만에 467억원에서 143억원으로 내려갔는데도 팔리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다음달까지 약 7조4000억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업계에서는 과연 당국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늬만 새 플랫폼이고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부터 부실 매물인데 단순 취합 수준의 정보 제공만으로 매각까지 성사가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마저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경·공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PF 플랫폼에 등재된 195곳을 살펴보면 수도권 85건, 지방은 110건 등이다. 수도권조차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 포진돼 있는 대다수 PF 매물들이 매각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할인에 할인을 더해 평가액을 한참 밑도는 수준의 매물이라면 일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현재 공개된 부동산 PF 사업장들은 수익성보다는 리스크가 더 부각하는 매물이 많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단순 매물 공개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PF 규제를 완화해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을 낙찰받으면 상당수 자금을 대출받아야 하는 데 현재 상황에서는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경락자금 지원, 충당금 규제 속도 조절 등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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