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 청탁 대가로 수수 혐의···선거자금 3억 부분만 유죄
재판부 “공정한 직무집행 지위에서 사적 이익 위해 거액 수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장동 개발 관련 민간사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선거자금 3억을 수수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으나, 사안의 핵심인 대장동 사업 관련 청탁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약속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관련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등)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5000만원을 명령하고 보석을 취소한 뒤 법정 구속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도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 1억50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양 전 특검보도 함께 법정구속됐다.

1심 재판부가 유일하게 유죄를 선고한 혐의는 박 전 특검이 2015년 48대 변협 회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양 전 특검보와 함께 남욱 변호사로부터 현금 3억원을 수수한 부분이다. 그는 2014년 11월~12월 3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는데, 박 전 특검은 2015년 1월 낙선했다.

재판부는 “박영수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자 사외이사로, 감사위원으로서 청렴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직무집행이 매우 강하게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3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면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금융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고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핵심이었던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박 전 특검이 2014~2015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우리은행에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하는 대가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등으로부터 200억원과 단독주택 부지,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았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특경법상 수재에서 ‘1억원 이상 금품수수’ 혐의가 적용되려면 약속한 금품의 가액이 확정돼야 하지만, 정확히 200억원을 약속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액수 미상의 이익을 제공받았다면 이는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고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범죄 후 법령이 개정 또는 폐지되는 등 이유로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형사 소송 절차를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에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을 청탁해 주는 대가로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청탁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이익을 제공받기로 약속한 사실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공여자의 진술이 계속 바뀌거나 배치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밖에 김씨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고 실제로는 5억원을 받은 혐의, 딸 박아무개씨와 공모해 김씨로부터 11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도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독립생계를 유지한 딸을 박 전 특검과 경제공동체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딸 박씨가 11억원을 받으면서 차용증을 쓰고, 일정액을 변제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50억 클럽 의혹은 법조계·언론계 유력 인사 6명이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대장동 개발수익을 나눠 받았다는 내용이다. 민간업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명단과 금액 배분 계획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박영수 전 특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 언급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까지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홍 회장을 이 의혹으로 기소했다.

본래 50억 클럽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제기된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이 6명이 이재명 대표의 소송이나 언론 관련 도움을 준 사람들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개발의 설계권자이자 인허가권자, 최종결재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대표의 관련성은 확인된 바 없다. 이 대표는 오히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신아무개 전 의원 주도로 추진된 민간개발사업을 공공개발로 전환해 5503억원을 성남시로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사업이며, 민간업자들의 이익 배분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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