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자이 상대로 2571억원 소송 제기
조합 “벼랑 끝 전술” vs GS “공사비 정상화”
철산자이·장위자이서도 강경 대응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GS건설이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수천억원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일부 사업장에선 입주를 앞두고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기존의 ‘공격적 수주’ 전략에서 ‘수익성 방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플자이 4900억 증액 요구···입주 차질 우려도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신반포4지구 재건축(메이플자이) 조합을 상대로 추가 공사비 257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해당 금액은 ▲건설 환경 변화에 따른 공사비 반영분 967억원 ▲일반 분양 세대수 감소에 따른 분담금 증가분 금융 비용 777억원 ▲착공 전 물가 상승분 310억원 등을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 설계 변경 및 특화 작업에 따른 추가 공사비 2288억원도 조합 측에 요구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GS건설이 조합에 요구한 추가 공사비는 4859억원에 달한다.
메이플자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을 재건축한 단지다. 지상 최고 35층, 29개 동, 3307가구 규모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GS건설은 2017년 10월 3.3㎡당 공사비 499만원 수준으로 이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현재까지 세 차례 증액을 요구했다. 지난해 1월 3.3㎡당 공사비를 545만원으로 4월엔 564만원으로 인상했다. 이번에 요구한 추가 공사비까지 반영될 경우 공사비는 797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입주를 앞두고 공사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조합은 앞서 증액된 공사비에 대해선 수용했으나 이번 요구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과 조합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조합원들의 입주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4859억원 증액에 합의하더라도 조합원 1인당 1억5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향후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과 서울시 코디네이터 제도의 도움을 받아 입주 전 조합과 공사비 협의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철산자이·장위자이에서도 강경 대응 이어가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8·9단지 재건축)에서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GS건설은 조합 측에 1032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다. 이는 물가 상승분과 금융비용 등을 반영한 것이다. GS건설은 최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조합에 발송했다.
철산자이는 지하 2층~지상 35층, 12개 동, 1703가구 규모다. GS건설은 2018년 3.3㎡당 공사비 530만원에 수주했으나 이번 요구안이 수용될 경우 공사비는 3.3㎡당 720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조합원들은 1인당 5000만~6000만원 가량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어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 재개발 조합과도 공사비 증액을 협상 중이다. 지난해 9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공사 중지 예고를 한 바 있다. 이후 서울시 코디네이터 조정안 240억원이 시공사 이견으로 합의가 결렬된 뒤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조합은 최근 309억원 증액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증액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2370가구 규모로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시장 침체, 분양 수익으로 만회 어려워져”
GS건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건 수익성 방어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S건설은 2024년 매출 12조8638억원, 영업이익 286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2%대에 그쳤다. 특히 전체 매출의 74%를 차지하는 건축·주택 부문(9조5109억원)에서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 압박이 가중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낮은 공사비로 수주한 뒤 분양 수익으로 만회하는 전략이 통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 같은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졌다”며 “GS건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공사비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도 주요 요인이다. 2021년 이후 철근 가격이 톤당 80만원에서 120만원대로 50% 급등했고, 레미콘 가격도 30% 이상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도 크게 늘었다. 메이플자이의 경우 GS건설이 요구한 추가 공사비 2571억원 중 금융비용이 777억원이다.
업계에선 이번 공사비 증액 요구가 단순한 조합과의 개별 분쟁이 아니라 국내 주택사업의 사업 구조 변화와 지속적인 원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향후 정비사업 시장에서 공사비 정상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