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즐기는 60대 부부의 예술적 취향과 포용력을 보여주는 이스탄불의 전망 좋은 듀플렉스는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와 웰빙을 추구하는 오붓한 둥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력적으로 자리 잡았다.
튀르키예 마르마라해를 품은 이스탄불의 서부 카디쾨이 지구에 속한 카데보스탄은 가로수 길을 따라 역사적인 저택과 유명 부티크, 카페와 식당이 어우러지며 여유로움 속 생기넘치는 동네다. 이곳에 자리한 170m2 규모의 듀플렉스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 하기 좋은 낭만적인 곳으로, 거주자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MC 하우스 MC House로 불린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이스탄불의 에이전시 이스케이프프롬소파Escapefromsofa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실험정신을 토대로 색다른 공간을 지향한다. 산업 디자이너 마흐무트 케펠리Mahmut Kefeli, 실내 건축가 케렘 에르신 Kerem Erçin과 베굼 에스Begüm Es,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렘 바서 오간 rem Başer Oğan, 이렇게 전문가들이 모인 팀은 입을 모아, “우리의 클라이언트는 교양 있고 겸손한 커플로, 예술과 디자인, 여행에 대한 열정 을 갖고 있습니다. 보헤미안처럼 세상을 자유로이 탐험하며 얻은 새로운 영감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유연하게 반영하는 것을 즐깁니다”라고 소개한다. 전업 아트 컬렉터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의미 있는 독창적인 작품과 홈 퍼니싱 아이템으로 채운 공간에서 갤러리다운 집의 면모를 십분 느낄 수 있었다.
2층 구조의 주택은 거실 두 곳, 욕실과 드레스 룸이 딸린 침실, 게스트 룸과 전용 화장실, 주방, 메이드 룸으로 구성된다. “이스케이프 프롬소파는 동일한 소재와 질감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일관된 미학을 보장하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완벽히 유지합니다. 벽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히든 도어로 미묘한 경계를 조성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숨겨진 문이란 벽, 문, 빌트인 수납공간의 표면을 원목 패널로 커버링해 마치 카멜레온처럼 언뜻 보면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한 장치를 뜻한다. 그렇게 공공 및 사적인 공간의 통합과 구분을 달성했고,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서 적재적소에 배치한 서로 다른 목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습식 공간을 제외한 바닥은 모두 이탈리아의 원목마루 브랜드 바사노 파케트에서 고른 활엽수종인 무테니예를 깔았는데, 안정감을 주는 짙은 톤에 고유의 결이 이국적인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벽은 내구성이 뛰어난 유칼립투스와 애시 우드를 섞어 모던한 이미지를 살렸다. 부부의 사교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거실과 다이닝 룸은 오픈 플랜으로 설계했다. 개방감이 훌륭한 거실은 통유리 문 덕에 변화하는 야외 전망을 언제고 누릴 수 있다.
특정 시대와 장소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 미학은 시대의 숨결을 간직함과 동시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시대상을 단순히 재연하기보다는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인 렌즈로 세련되게 재해석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느긋한 사치가 주는 특별함
지난 몇 년간 과거의 부흥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투사한 1970 년대 레트로 무드가 패션부터 산업디자인까지 창의 산업 전반에 큰 영 향을 미치며 꾸준히 인기다. 이러한 트렌드는 이스케이프프롬소파의 접근 방식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1970년대 마이애미’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마이애미 인테리어 디자인은 트로피컬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오픈된 레이아웃에 천연 소재,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대변되는데, 해안가에 위치한 주택과의 연결성은 물론이고 유기적인 형태, 풍부한 질감, 생생한 컬러 팔레트는 거주자의 니즈와도 일치 했다. “마이애미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보이는 장난기와 위트, 그리고 엘레강스한 균형미라고나 할까요? 한마디로 ‘느긋한 사치스러움’을 추 구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할 구체적인 스타일링 팁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먼저, 온기 있는 색상을 골라보세요. 캐러멜, 베이지, 테라코타를 포함한 얼시 톤과 빛바랜 이미지의 컬러를 베이스로요. 여기에 다크 그린, 딥 블루로 고전적인 깊이감을 더하거나, 일몰을 닮은 붉은색을 악센트로 활용해 어딘가 잊고 지내던 향수를 자극해 보세요. 둘째, 유동적인 형태미에 초점을 맞춰보세요. 곡선적인 조명, 청키하고 높이가 낮은 가구는 모던 레트로로 멋을 더해줍니다. 셋째, 다양한 텍스처를 혼합하세요. 목재, 대리석과 트래버틴, 광택을 내기 위한 래커와 유리 등 물성의 대조로 풍성한 공간감을 연출할수 있습니다. MC 하우스의 경우 원목을 주재료로 하되, 주방 가구 일부에는 하얀 배경에 그레이 베인이 특징인 이탈리아산 비앙코 카라라 대리석으로 럭셔리한 품격을 높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복고적 우아함을 표현하고자 패턴이 가미된 텍스타일을 고르세요. 우리가 거실과 침실에 둔 미소니의 블랙&화이트 쿠션은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예술과 공간의 앙상블
집 안 곳곳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발견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덴마크 출신으로 건축가, 디자이너, 비평가이자 빛의 거장으로 칭송받은 폴 헤닝센이 1958년 고안한 펜던트 조명 PH 아티초크가 다이닝 룸에 생기를 더한다. 그 아래 식탁은 견고한 참나무를 사용해 맞춤 제작했다. 가구의 다리 부분만 하늘색으로 칠한 이유로, “목재 일색의 공간에서 일종의 스테이트먼트 가구로서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했습니다”라고 답변한다. 폰타나아르테의 테이블 램프 매트릭스 시리즈는 다이닝 룸의 콘솔 위와 거실 한편에 위치한다. 이는 에인트호번의 스튜디오 OS ∆ OOS가 디자인한 것으로, 금속의 그리드 덕분에 기하학적 그림자를 드리운다. 벽에는 미세한 자연물의 변화를 포착해 내는 예리한 안목으로 각광받는 이스탄불 기반의 젊은 아티스트 세빔 카야의 작품을 걸어 하얀색 조명들과 통일감을 형성했다. 주방에는 스페인 브랜드 산타&콜의 테키오 호리즌탈 천장 조명을 설치했는데, 테키오는 일본어로 ‘적응’을 의미하며, 종이를 부드럽게 투과하는 은은한 빛이 명상적이다. 침실에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대표 브랜드로 알려진 오루체와 아르테미데를 만나볼 수 있다.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실에는 프랑스 브랜드 에디션즈의 플로어 램프 맨티스 시리즈를 두었는데, 예술가 겸 엔지니어였던 버나드 쇼틀랜더가 1951년 디자인한 것으로, 블랙 알루미늄이 뿜어내는 인더스트리얼 무드가 강렬하다. 그 옆에는 1969년 론칭 당시 혁신성을 인정받은 까시나의 그레이 벨벳 소리아나 소파가 모던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그 뒤로 1980년생 튀르키예 아티스트 카가타이 오다바스가 점묘법으로 영화 속 한 장면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을 걸어두었다. 창가에 놓은 라운지체어는 브라질 디자인을 세계로 알린 선구자로 평가받는 세르지오 로드리게스가 1973년 제작한 킬린이다. 또 다른 거실에는 피에르 잔느레의 빈티지 이지 암체어가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 칼마르 라이팅이 1947년 선보인 도른스타브 스탠드는 1500mm 높이의 기다란 나무에 조명 갓이 매달려 낚싯대를 떠올리게 한다. 플로스의 충전식 테이블 조명 벨홉은 폴리카보네이트에 1.3kg의 가벼운 무게, 브릭 레드가 공간에 산뜻한 포인트가 된다. “우리는 예술 작품을 비롯해 개개의 홈 퍼니싱 아이템을 존중하면서도 소재, 색상, 빛과의 조화를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조언으로는, “첫째, 작품의 크기는 공간의 스케일과 비례하도록 선택하세요. 둘째, 대담하고 선이 굵은 작품일수록 차분한 뉴트럴 톤 배경을 사용하세요. MC 하우스에 적용한 내추럴한 배경은 공간 속 오브제를 돋보이게 합니다. 셋째, 컬렉션이 실내의 흐름을 주도하도록 하세요. 주요 작품의 위치를 먼저 고른 뒤 그를 중심으로 스타일링을 해보세요. 넷째, 조명이 핵심입니다. 전략적인 조명 배치는 작품의 존재감을 강화시켜 주지요.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조명이란 뜻의 스테이트먼트 조명으로는 빈티지한 구형 펜던트 조명이나 조각적인 플로어 램프를 추천합니다”라고 전했다.
freelance editor 유승주
photographer 이브라힘 오즈부나르 & 645 스튜디오 brahim Özbunar & 645 Studio
문의 이스케이프프롬 소파 escapefromsof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