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성장 기대감에 AI 이슈 더해져 시장 관심↑
증권가 목표가 상향 사례 연이어 나와 눈길
‘악몽’ 우리사주 구조될지에도 관심 쏠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실적 성장세와 그룹사 AI(인공지능) 수혜 이슈에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톤도 사뭇 달라진 상황으로, 시장 기대치가 충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랜만의 시장 조명에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큰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우리사주의 아픔을 씻어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올 들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 거래일 종가 기준 3만2050원을 기록한 카카오페이는 올 들어 20.4% 상승했다. 카카오뱅크도 올들어 9%가량 올랐다. 두 종목 모두 코스피 상승률인 5.15%를 웃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달 들어서 상승 기울기가 가팔라졌는데, 실적 발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선 지난 4일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662억원, 당기순손실은 2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25%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순손실은 지속됐으나 이는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315억원의 일회성 손실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069억원, 당기순이익 440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8% 증가했고 순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모두 호실적을 내며 시장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한 셈이다.

여기에 AI 이슈도 더해졌다. 생성형 AI 시장 리더인 오픈AI와 카카오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AI 수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측은 지난 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와 함께 기술과 금융 전문성을 결합해 AI 네이티브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페이도 AI를 활용한 소비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시장 조명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이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종목 모두 시장의 큰 기대 속에 상장했고 급락 후 이렇다 할 반등세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상장 초기 24만8500원까지 치솟았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 초기 9만4000원을 호가했지만 1년 뒤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1년 8월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우리사주조합은 단순 계산으로 1인당 평균 1만4480주를 배정받았다. 공모가가 3만9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5억6472만원 수준이었다. 보호예수기간인 1년 뒤 주가는 3만원 초반대로 공모가를 밑돌았고 이후에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해 11월 공모가 9만원에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1인당 4091주, 2억8000만원씩 배정받았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1년 뒤 7만원대로 떨어졌고 현재 3만원대까지 내렸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모두 상장 당시 대비 우리사주 조합 지분이 대폭 줄어든 상태지만, 여전히 평가손에 놓인 지분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카카오페이와 관련해선 올해 실적 성장세와 흑자 전환 가능성을 들어 목표주가 상향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기존 3만1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목표가를 높였고 KB증권은 기존 3만원에서 3만8500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와 관련해서도 한층 상향된 전망이 나왔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만 플랫폼 수익 성장이 견조하고 광고 매출도 성장이 예상된다”며 “추세적인 성장을 보일 경우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수신 중심의 성장 전략과 AI 활용 기대감을 들어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7.8% 올린 2만7500원을 제시했다.

다만 이들 종목이 상장 당시 주가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그룹의 최근 행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장 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실적이나 이슈가 없는 한 과거 높았던 주가 수준을 단기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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