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000억 투자’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 조성
인공지능·2차 전지·수소 연구 고급인력 대거 유입 기대
“대기업 1곳, 중소기업 1000곳 효과···자족도시 전환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수도권 핵심 입지에도 불구하고 업무·산업·교통 기능 부재로 ‘베드타운’으로 불렸던 위례가 포스코 연구개발(R&D) 센터 유치로 재도약 기회를 맞이할지 관심이 쏠린다. R&D센터가 들어설 경우 관련 주거·상업 시설 수요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교통망 확충 필요성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1조9000억원을 투입해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창곡천 일원 용지2(4만9308㎡)와 용지3(6503㎡)에 교육연구시설, 업무시설, 의료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개발 부지는 4차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위례지구 도시지원시설용지 내에 있다. 앞서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2023년 11월 도시지원시설용지 기업추천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성남시는 위례지구를 첨단 기술과 고급 인력이 모이는 4차산업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에 포스코가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용지2엔 R&D시설인 글로벌센터(미래기술연구원 분원)가 들어선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 2차전지, 수소 및 저탄소 연구 등을 중점으로 맡고 있는 친환경 기술센터다. 포스코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핵심 부문이다. 본원은 경북 포항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부지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분원인 글로벌센터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센터가 완공되면 3000여명 규모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료=네이버지도
/ 자료=네이버지도

포스코가 수도권 분원 건립에 나선 건 지방 주재를 꺼리는 젊은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수도권 내 우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연구 거점과 연계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업계에선 R&D 인력 확보를 위해 지방 소재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연구시설을 짓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그룹은 2022년 11월 경기 성남 판교에 ‘글로벌 R&D센터’(GRC)를 열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연구 인력 5000여명을 한곳에 모았다. 본사와 주요 생산시설이 울산, 영암, 대산 등 지방에 있지만 연구개발만큼은 수도권에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창원 등 남동 해안 공업지대에 주력 생산기지를 둔 두산그룹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 용인에 첨단기술 R&D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곳에 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수소 관련 연구 인력을 집중 배치할 예정이다.

포스코 R&D센터 건립 소식에 위례신도시도 들썩이고 있다. 위례는 강남권과 가까운 입지에도 자족 기능이 부족한 베드타운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로 개발되면서 일자리와 산업 기능이 부족했고 스타필드 위례를 제외하면 변변한 상업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특히 주요 교통망 부재는 위례의 베드타운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위례신사선과 위례트램 등 계획됐던 교통 인프라 개통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져 왔다. 강남 접근성이라는 장점에도 도시 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을 한 요인이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을 잇는 위례신사선(경전철)은 사업성이 낮아 민자사업이 무산됐고, 위례선 트램(노면전차) 개통도 올해 9월에서 내년 5월로 연기된 상태다.

하지만 포스코 글로벌센터 유치를 계기로 위례의 도시 성격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인공지능, 2차전지, 수소 등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고급 인력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이는 주거와 상업 시설에 대한 새로운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의 추가 입주도 기대된다. 글로벌센터가 자리 잡으면 협력사나 스타트업 등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남시도 위례지구를 4차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기업과 연구 인력 유입으로 교통망 확충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시장의 대표 호재로는 지하철과 대기업 두 가지가 있다”며 “중소기업 1000곳보다 대기업 1곳 들어오는 것이 지역에 더 큰 호재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입주를 하면 협력사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면서 지역 상권과 주거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포스코 글로벌센터 유치가 위례의 자족도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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