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철의 아무튼세금⑦

유대인의 경전《탈무드》에 “자녀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고,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고산다”라는 말이 있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지혜를 선물하라는 의미다. 요즘은 어떨까. 다른 건 몰라도 물고기를 함부로 자녀에게 줬다간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증여세는 생활 영역 곳곳에서 우리의 동선을 감시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 간, 부부간에도 예외는 없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자식 명의로 주식 매매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대신 사주는 일이 흔히 일어나곤 한다. 미성년자가 수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입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의 나 이에 따라 공제 한도가 달라지는데, 19세 이상일 경우 10년간 5000만원부부 각각, 19세 미만이면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증여세 없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생활비 등의 한도를 이 정도로 본 것이다. 만약 이 액수를 훌쩍 뛰어넘는 부동산이나 주식을 자녀 명의로 사줬다면 구입 자금에 대한 증여세는 물론, 추가적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부분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증여세 세테크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데, 도시 외곽에 생기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바로 그 예다. 제과업은 가업승계 대상 업종에 해당한다. 공제액은 최대 600억원이다. 가업승계 증여 시 먼저 10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고, 초과분에 대해선 세율 10%만 적용받는다. 또한 부모가 사망 후 해당 가업을 유지하면 최소 300억원 이상 상속 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모 입장에서는 큰 돈을 직접 물려주는 것보다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다 이를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면 세금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고액 연봉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부부간 증여세 문제도 도마에 종종 오른다. 우리나라는 부부 중 한 명이 가계 자금을 도맡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후 증여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돈을 이체했다가 증여세를 추징받고 소명 과정을 통해 다시 취소받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여기에 들인 시간과 비용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한다. 고액 연봉 맞벌이 부부는 반드시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각자의 명의를 인정하는 ‘부부별산제’를 두고 있다. 혼인 관계 유지 중에 남편 명의로 취득한 것은 남편 몫으로 보고, 아내 명의로 취득한 것은 아내 명의로 보는 제도다. 따라서 만약 명의가 도 중에 바뀌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부부간 특수성이 인정돼 10년간 6억원까지는 공제를 해준다.

만약 현재 살고 있는 시가 20억원의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명의지분 50%로 전환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한 사람 몫이 10억원이기 때문에 6억원을 뺀 4억원에 대해선 증여세가 부과된다. 법에서 정한 추가 공제 액을 차감하더라도 약 30%의 세율을 적용하면 증여세만 1억원 정도 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주택을 새로 취득한 사람은 취득세까지 부담 해야 한다.

민법에서 ‘부부별산제’는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일 때만 적용된다. 이혼시 재산분할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절세를 위해 ‘위장이혼’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고액 자산가가 사망 전 위장이혼으로 재산의 일부를 배우자에게 분할하고 사망 시 나머지를 자녀에게 상속하면, 당초 내야 할 세금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과 재산분할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재산분할 결론이 어떻게 나든 여기에서 발생하는 증여세는 ‘0원’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국내 톱스타 남자 배우의 혼외자 양육비 역시 추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국내 세법에서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등은 비과세로 규정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법에 따른 혼인관계인 배우자와 직계혈족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혼외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주는 양육비의 ‘10년간 6억원 공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두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SNS에선 이런 밈Meme이 유행했다. 난 분명히 이 정도로 지출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매월 신용카드 명세를 모아보면 어느새 ‘수억’이 쌓여 있다는 것. 부부간 계좌 이체도 마찬가지다. ‘설마 10년에 6억원이 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금액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집 현관문에 국세청에서 발부한 증여세 고지서가 보란 듯이 붙어 있을 수 있다.

유재철의 아무튼세금⑦


CREDIT INFO

editor    심효진
words    유재철<시사저널이코노미>정책·유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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