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로운 집행부 선거
시공사 선정 방식 ‘갈림길’
조합장 후보 4명 중 3명 “경쟁입찰”
DL이앤씨 수의계약도 변수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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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인 한남5구역에서 새로운 집행부 선거를 앞둔 가운데 시공사 선정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합장 후보자들이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옆동네 한남4구역이 삼성물산·현대건설 경쟁 구도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만큼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5구역은 오는 15일 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조합 임원을 선출한다. 선거는 지난해 9월 기존 임원의 임기가 끝난 지 6개월 만에 치러진다. 조합선거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새 집행부 구성이 지연됐다. 선거관리위원 구성에 공정성 시비가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선관위가 꾸려지면서 정상적으로 새 집행부 선출 절차를 밟게 됐다. 조합장 선거에는 4명이 후보로 출마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조합 대표 선출을 넘어 향후 재개발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시공사 선정 방식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남5구역은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 시공사 입찰에서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2회 이상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선택할지 경쟁입찰을 통해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할지가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다.

현재 조합장 후보자 4명 중 3명이 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A후보는 조합이 사전에 정한 상위 5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명경쟁입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B·C 후보 역시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후보자 1명은 기존 집행부를 대표로 나온 인물로 신속한 사업추진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남5구역 시공사 선정 방식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의계약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은 신속한 사업 추진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DL이앤씨와 빠르게 계약을 체결하면 추가적인 입찰 절차 없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장이 교체되는 시점을 기회로 삼아 경쟁입찰을 통해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인접한 한남4구역이 삼성물산·현대건설 간 경쟁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사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건설사는 분담금 최대 4년 유예와 가구당 최소 12억원, 한강 조망권 100% 보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경쟁을 펼쳤다.

건설업계에 DL이앤씨가 오랜 기간 한남5구역 수주를 위해 공을 들여온 만큼 수의계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한남5구역의 우수한 입지와 높은 수익성을 고려할 때 경쟁입찰이 이뤄질 경우 다른 건설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DL이앤씨가 오랫동안 한남5구역에 공들여왔다는 점은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며 “다만 현재 건설사들이 수익성 높은 알짜 사업지를 찾고 있는 만큼 경쟁입찰로 전환될 경우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남5구역은 입지와 사업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빙고동 일대 18만 3707㎡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3층, 51개 동, 2592가구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는 1547명이다. 이곳은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어 한강 조망권이 확보돼 있다. 한강 조망 면적도 한남뉴타운 가운데 가장 넓다. 한남뉴타운 대부분이 가파른 구릉에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대를 갖고 있어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로 평가받는다.

이곳은 지난해 4월 건축심의를 무난히 통과하며 순조로운 진행이 예상됐다. 하지만 작년 11월 사업시행계획인가(안)이 부결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조합장 후보들이 한강변 6층 높이 제한 구역의 층수 상향과 건물 배치 변경 등을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펼친 영향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시행계획 재수립과 시공사 선정이라는 두 가지 과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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