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부산은행 부진 원인
시장 평가는 긍정적···CET1 상승해 주주환원률 올라
올해도 저조한 성장률이면 이익 감소 우려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BNK금융지주 사옥 / 사진=BNK금융지주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BNK금융지주 사옥 / 사진=BNK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BNK금융지주가의 지난해 대출자산 성장률이 2.2%에 그쳤다. 일단 시장에선 좋은 평가가 나온다. 낮은 대출성장률로 자본관리가 된 덕분에 주주환원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관리의 결과가 아니라 대형 은행의 공격적 영업으로 인해 ‘관리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더불어 올해도 저조한 대출성장률을 기록하면 순익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단 우려도 존재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의 은행 계열사인 부산·경남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약 100조6000억원으로 직전 해 말과 비교해 2.2%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영업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부산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대출은 2.5%, 가계대출은 0.8% 각각 성장했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경남은행도 작년 3.5%의 대출자산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5%를 밑돌았다. 

시장에선 대출영업 성적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좋다. 대출자산이 많이 늘지 않은 점이 주주환원 확대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대출자산 성장이 더딘 덕분에 지난해 BNK의 위험가중자산(RWA)은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와 함께 BNK의 작년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25.5% 급증했다. 

그 결과 작년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35%로 한 해 전과 비교해 0.66%포인트 뛰었다. 자본여력이 커졌기에 BNK는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을 30%로 직전 해 대비 1.8%포인트 확대했다. CET1은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지주는 이 비율이 일정정도 유지되는 선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결정한다. 분자는 자기자본, 분모는 금융지주가 보유한 자산에 대해 부실화될 위험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다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으로 구한다.    

/자료=BNK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BNK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BNK금융의) CET1이 추가 상승한데다 올해 상반기 중 4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실시를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대폭 상향하겠단 밸류업 공시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라면서 “순익과 자본비율, 주주환원 측면에서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흠잡을 데 없는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BNK의 대출자산이 적게 늘어난 것은 BNK의 관리 의지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대형 시중은행의 부산·경남지역 침투로 인해 BNK금융은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BNK금융은 최근 실적발표회를 통해 아예 올해는 대출자산 성장을 경영 목표에서 후순위에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장보단 수익성, RWA 관리를 통한 자본비율을 개선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대출자산 성장률이 5%를 밑돌면 순익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BNK가 거둔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시중금리 하락으로 수익성이 추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에 대출자산 규모가 늘지 않으면 이자이익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한 KB금융지주도 올해 대출자산 성장률을 5%로 정했다. 이보다 성장을 못하면 이익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단 이유 때문이다. 

이에 BNK금융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에 대해선 가계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위험가중자산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 이 대출을 확대해도 자본비율을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정책으로 인해 올해 급격한 대출자산 성장을 이루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성장률이 1~2%에 그친다면 이는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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