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심 양형부당 없어···쌍방 항소 기각”
“수사대상 기업 임원과 기밀 주고 뇌물 받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SPC그룹에 대한 수사정보를 건넨 검찰 수사관과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SPC 임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SPC 임원 측은 노조법 위반 사건으로 압수수색된 증거가 별건인 수사정보 뒷거래 사건에 활용돼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김우진 한창훈 권혁준)는 7일 공무상비밀누설 및 부정처사후수뢰 혐의 등을 받는 6급 검찰 수사관 김아무개씨와 뇌물공여 혐의 등을 받는 SPC 임원 백아무개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수사대상 기업의 임원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사기밀을 알려주고 뇌물을 받아 신뢰를 훼손시켰고, 전에도 공무원에게 수사상 비밀을 알려주고 대가를 받아 징계받은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에 공정성 등 공적이익이 감소된 부분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백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반성하고 있고 공여한 뇌물이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도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을 주고 편의를 제공받았고, 법원·국세청 직원을 통해 편의를 구한 전력이 있는 점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들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던 백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검찰의 위법수집 증거를 주장한 바 있다. SPC의 노조법 위반 사건으로 압수수색된 증거가 별건인 수사정보 거래 사건에 활용된 것은 위법한 증거수집이라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44개 녹취파일은 백씨 범행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며,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인과관계가 희석됐다고 볼 수 없다”라면서 “해당 증거를 제외해도 휴대전화·노트북 정보, 문자, 일정표 등에 의해 공소사실이 입증된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2020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SPC 측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 정보, 검찰 내부 보고서 등 수사기밀과 개인정보를 수십 차례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기밀을 받은 대가로 김 씨에게 620만 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SPC 자회사 PB파트너즈의 ‘민노총 노조 탈퇴 강요’ 의혹(노조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SPC 측과 김씨 사이에 뇌물이 오간 정황(수사정보 뒷거래 사건)을 포착해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SPC의 노조법 위반 사건 외에도 허영인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도 수사 중이었다. 허 회장은 계열사 주식 저가 매각과 관련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2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노조법 위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된 사실관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에게 부과한 647억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