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중국 바이오 패권전쟁 격화 예고
글로벌 정세 격변, 국내 기업 상황 예의주시
자체 경쟁력 키우고 정면돌파 승부수 띄워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바이오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을 포함한 관세 전쟁을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 국내 기업들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이후 반중국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견되면서 바이오 패권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미국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특성상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세우는 데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도 혼재되고 있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고자 자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며 전폭적인 지지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바이오산업 강화를 위해 2015년 발표한 ‘Made in China 2025’와 2016년 시작된 ‘Healthy China 2030’ 등 지난 10년간 국가 단위 정책으로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력 강화를 위해 자금 조달과 연구개발(R&D) 투자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중국 내 제약·바이오 R&D 투자 규모는 2015년 3500만 달러(약 501억 원)에서 2023년 150억 달러(약 21조9000억 원)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 역시 글로벌 영향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진스크립트 등의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이니셔티브(PSCI)에 가입을 완료했다.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로비활동도 펼치고 있다. 우시앱텍은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미국의 생물보안법에 대응하기 위한 로비를 시작했다. 작년 2분기부터는 외부 로비 기관을 통한 로비 금액을 증액했으며, 각사의 미국법인을 통한 직접 로비 금액도 늘렸다.
미국의 중국 견제 수위가 높아지는데도, 되레 중국의 바이오 산업은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던 지난해 1월 국내 바이오 업계는 수혜 기대감에 마냥 들뜬 분위기였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방어 공세에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옛말이 됐다.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을 대체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이 기업과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지원 관련 법적 체계 구축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CDMO 생산·매출 세계 1위 달성'을 주요 목표로 내걸며 산업 육성의 의지를 강조했다. 인도·일본 등 경쟁국과의 CDMO 패권 다툼에서 앞서가기 위한 행보다.
관건은 국내 기업의 자생력에 달렸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계엄사태로 바이오 혹한기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자체 기술력을 내세워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거나, 신규 수주를 늘린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에 대해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허가를 받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FDA 허가를 따내며 파트너사 미국 얀센으로부터 기술료(마일스톤)을 받게 되면서 수익이 증가했고, 이는 연매출 2조원 돌파라는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 생산력을 토대로 해외 수주를 확대하며 업계 최초로 4조 클럽에 진입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 램시마IV, 트룩시마,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후 첫 매출 3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두 고래들 싸움에 파도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큰 파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셈법도 필요하다. 다만 새우가 덩치를 키워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도 띄우길 기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