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켐, 셀비온 전립선암 치료용 RPT
국내 임상 2상 마무리 단계 진입
식약처 조건부 허가 신청, 상용화 모색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방사성의약품(RPT) 개발 기업 퓨쳐켐과 셀비온이 전립선암 대상 RPT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임상 2상 최종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돼, 국내 최초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탄생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에서 방사성의약품(RPT)에 대한 시장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다수의 기업들이 파이프라인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듀켐바이오, 퓨쳐켐, 셀비온 3사가 RPT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이중 퓨쳐켐과 셀비온은 전립선 암 타깃의 진단용, 치료용 PRT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퓨쳐켐과 셀비온은 신약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는 치료용 RPT 임상 2상에서 고무적인 중간 결과를 확보했다. 양사는 조건부 허가 신청을 준비하며 상업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방사석의약품(RPT)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인 방서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크게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분류된다. 방사성의약품이 타깃에 붙어 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진단용은 표지 역할을, 치료용은 타깃세포를 파괴시켜 질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진단용이 주를 이뤘던 방사성의약품이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데이터들이 발표되면서 치료용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중 퓨쳐켐과 셀비온은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진단용 RPT뿐만 아니라 치료용 제품에 대한 임상 2상 단계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퓨쳐켐은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FC705’를, 셀비온은 ‘Lu-177-DGUL’을 개발 중이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식약처로부터 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 품목으로 지정받았다. 따라서 임상 2상 결과만 가지고 조건부 품목허가가 가능하다.
퓨쳐켐의 치료용 RPT 포트폴리오에서 FC705은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업계의 관심을 자아낸 바 있다. 미국에서는 임상 2a상이 진행되고 있다.
FC705 2상 중간 결과 동일 기전의 방사성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단독 투여 평균 3, 4회 투여 시 주요 임상 지표인 PSA(전립선특이항원)의 50% 이상 감소 비율이 높았다. 현재 추가 유효성 데이터를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2상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내 임상 3상 추진과 조기품목허가 신청을 목표 중이다. 미국에서는 파트너사에 기술이전(L/O) 하는 방식으로 수익화를 구상 중이다.
퓨쳐켐 관계자는 “FC705 2상 결과를 최종으로 확보하면 식약처에 조기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2상 단계에서 조기품목허가가 가능하면 그대로 진행하겠지만, 후속 임상을 추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국내 3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셀비온도 전립선암 RPT 치료제 Lu-177-DGUL 임상 2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2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말기 전립선암 환자 대상으로 객관적반응률(ORR)은 47.5%를 기록했다. 경쟁 제품인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성분명 루테튬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의 ORR인 29.8% 대비 높은 성과다.
셀비온은 올해 1분기 Lu-177-DGUL에 대한 임상 2상을 최종 완료해 하반기 조건부 허가 신청, 내년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글로벌 상업화 권리와 판권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에는 미국 머크(MSD)와 Lu-177-DGUL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투여를 위한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셀비온에 따르면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177Lu-DGUL과 키트루다 병용투여를 평가할 계획이다.
셀비온 관계자는 “내후년 Lu-177-DGUL에 대한 상업화가 이뤄지면 국내에서만 연 매출 300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임상 2상 결과를 최종 확보하게 되면 기술이전 논의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방사성의약품은 총 67개다. 이 중 13개가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진단용이다. 기출시된 전립선암 치료용 RPT인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플루빅토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성인 환자 대상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을 허가 받고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되기 시작했다.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A씨는 “국내사가 새로 개발한 약들이 기존 약보다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전이된 전립선암 환자들한테 쓸 약으로 기존 시장을 파고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다만 방사성의약품 특성상 매우 고가라는 한계가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52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137억달러(18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0.2%에 달한다.
방사성의약품이 전 세계적으로 질병 진단과 치료에서 사용이 확대되자, SK바이오팜, 동아에스티 등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으로 RPT 개발에 뛰어들며 신규 플레이어로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은 다른 치료제 대비 내성이 생기는 빈도가 낮고, 글로벌 출시 의약품이 비교적 적다는 점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분야”라며 “특히 치료용 RPT 제품은 전 세계 13개밖에 없고 이중 시판되고 있는 주요 약물은 3개로 추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도 품목허가를 획득할 시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