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에선 수수료 무료로 적극적인 고객 유치
전통 IB에선 인재 영입 통해 경쟁력 강화 나서
경쟁사 대비 두드러진 움직임에 올해 행보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메리츠증권이 약점으로 꼽혔던 리테일과 전통 IB(투자은행)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첫 해외주식 거래 및 환전 수수료 무료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고 있고, 전통 IB와 관련해서도 업계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한 상태다. 메리츠증권이 새로운 도약에 나서면서 증권업계 판도도 변화될지 주목된다.
◇ ‘거래에 환전 수수료까지 무료’···리테일 강화에 진력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고객 예탁자산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대표적인 상품인 ‘Super365 계좌’의 예탁자산이 지난달 말 기준 4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9300억원에서 3개월 만에 네 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특히 달러화를 포함한 해외자산이 2조3000억원을 차지해 절반을 넘어섰다.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성장세는 수수료 무료를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 영향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2026년 12월 말까지 해당 계좌에 대해 국내·미국 주식매매 및 달러 환전 시 유관기관 제비용을 포함한 모든 거래 수수료를 면제했다. 이는 업계 최초로, 그만큼 고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6조1000억원을 넘어서며 대형사로 자리매김했지만, 리테일에서는 회사 규모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5452억원 중 리테일 사업 실적은 280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비중이 가장 높은 사업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및 IB사업으로 23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강화는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일 투자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차세대 호가 서비스인 ‘필라뎁스(Pillar Depth)’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필라뎁스는 NYSE 산하 5개 거래소의 호가 데이터를 종합해 호가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내 대다수 증권사는 특정 거래소와 호가 서비스를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밖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초고액자산가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 상반기 중 초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전담 조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 중 패밀리오피스는 한 가문이나 집안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운용 자금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큰 손으로 분류된다.
◇ 인재 영입으로 전통 IB도 ‘드라이브’···업계 판도 흔들지 ‘주목’
메리츠증권은 전통 IB 부문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과 같이 비전통적인 IB에선 강점을 보여왔지만 ECM(주식자본시장)이나 DCM(부채자본시장), M&A(인수·합병) 등 전통 IB에서는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 다각화 필요성이 높아졌고 초대형IB의 진입 차원에서도 전통 IB 강화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인재 영입에서부터 적극성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IB 경력 27년 차 베테랑인 송창하 전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또 종합금융본부 신설과 함께 BNK투자증권에서 김미정 전무 우영기 상무, 김형조 상무를 영입했다. 이들은 BNK투자증권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서 영입한 IB 전문가들이다.
그중에서도 한국 IB의 산증인인 정영채 NH투자증권 전 대표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부분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정 고문은 NH투자증권을 IB 최강자로 만든 주역 중 한 명인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고문 역할이지만 네트워크와 시스템이 중요한 IB 업계의 특성상 경쟁력 강화에 기여도가 높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글로벌 IB와는 달리 여의도 IB의 경우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증권사가 IB를 강화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어떤 인력을 데려올 수 있느냐”라며 “기존의 질서가 잡혀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뚫어 나가기가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인재를 갖춘다면 난이도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이 약점으로 지목됐던 리테일과 전통 IB를 강화하면서 올해 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내 증권업계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1위 싸움을 하고 있고 그 뒤를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좇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순위 6위지만 아직 초대형IB 인가도 받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