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25억·강북 5억, 가격 차이 5배로 벌어져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늘고, 강남 불패 인식 여전”
코인·해외주식 수익, 부동산에 재투자 영향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초구 아파트 한 채를 구할 돈으로 도봉구에선 5채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영향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소유 경향과 상급지 갈아타기 심리로 초고가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계속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초구의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는 25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어 강남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가 24억83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용산이 22억5700만원으로 3위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서초·강남·용산 등 소위 ’프리미엄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은 20억원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서초구는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지난해 1월 21억3600만원에서 8월 27억2500만원까지 올랐다. 9∼11월 25억원대로 주춤했으나 12월 평균 실거래가는 다시 27억59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강남구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평균 실거래가가 8월 26억9300만원에서 9월 25억2200만원으로 하락했다가 10월에는 다시 26억원대를 회복했다. 용산구는 지난해 9월 29억1000만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20억원대를 유지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울 25개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개구의 평균 실거래가는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에서 평균 실거래가가 가장 낮은 곳은 도봉구로 5억4400만원이었다. 가장 높은 서초구와 4.6배 차이가 난다. 이어 강북구(6억700만원), 노원구(6억1000만원), 금천구(6억2100만원), 중랑구(6억2800만원) 등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시장에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40대를 중심으로 한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인과 해외 주식 등 글로벌 금융자산이 유입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이나 용산 등 상급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불패라는 인식이 있어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여기에 코인이나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수익을 국내 부동산, 특히 강남·용산 같은 상급지 부동산에 재투자하면서 가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양극화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거래 위축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전반적인 주택거래는 감소했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초고가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는 자금 동원력이 있는 구매자들이 여전히 프리미엄 지역의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권 같은 상급지는 여전히 수요가 많아 가격이 유지되지만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어 가격 격차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넘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등 특정 지역의 자산 가치는 계속 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의 자산 가치는 정체되면서 부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주거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