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부담 컸던 노후 단지들, 해제 기대감에 호가 급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본격 추진을 발표하면서 강남, 송파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노후한 단지의 실거주가 부담돼 가격 상방이 눌려있던 단지들은 호가가 단기간에 1억~2억원씩 오르는 등 풍선효과로 가격이 급등했던 반포 일대와 키맞추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월 안에 잠실·삼성·대치·청담에 걸쳐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하고 즉시 규제를 푸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도록 설정한 구역이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 의무 2년이 적용돼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해제를 검토하는 건 2020년 6월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 지정된 이래 약 4년 8개월 만이다.

서울시의 해제 검토에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실거주가 여의치 않았던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84㎡의 시세는 서울시의 해제 검토 발표 직전만 하더라도 호가 30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었지만 지금은 갑자기 3억원이 넘게 올랐다. 구역에서 해제되면 실거주 의무가 없어 지방에 사는 이들도 세입자를 끼고 투자하는 게 가능해지며 투기수요가 몰릴 수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의 전용 82㎡는 이달 4일 34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최근에는 더욱 높은 값을 부르는 집주인이 많아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가가 오르는 것만 보고 추격매수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 면적은 시 전체 면적의 10.78%에 해당하는 65.25제곱킬로미터(㎢)인데, 대부분은 재건축 등 개발 호재가 있기 때문에 당장 규제해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실제 서울시도 국지적 개발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유지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인 바 있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도 대부분의 재건축 추진단지는 규제가 유지되는 반면, 기축 단지만 규제가 해제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주공5단지·우성1·2·3차, 대치 은마·미도 등 재건축 아파트들은 정비구역 지정까지 이미 마친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하는 반면 비 재건축 단지인 잠실동의 엘스나 리센츠, 트리지움,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로 투기 수요가 몰려 강남 일대 집값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정 해제에 따른 기대감으로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이고 매물 호가를 올리면서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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