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확인제도 의무 '소흘'···당국, 일부 영업정지 통보
설 이후 징계수준 확정···'업비트-당국' 법정싸움 가능성도

/사진=업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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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자금세탁 방지 관련 규정 위반 혐의를 받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제재 수준이 설 연휴 이후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비트는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 받은 상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의했다. 업비트는 지난해 8월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FIU로부터 현장검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확인제도(KYC)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발견됐다. 금융기관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거래 고객의 신분증으로 신원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업비트는 이 과정을 부실하게 처리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에 FIU는 지난 9일 업비트에 특금법 위반과 관련해 '신규고객 영업 제한' 제재를 사전 통지했다. 통상적으로 일부 영업정지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신규 고객이 가상자산을 업비트에서 다른 거래소나 외부 지갑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기존 고객의 거래는 모두 정상적으로 가능하다. 더불어 이번 제재 조치안에 담당 임직원에 대한 징계와 금전 제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도 내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금법 위반에 따른 제재 절차는 '제재 사전 통보→FIU 제재심 개최→대심제 운영→제재 수위 결정→최종 제재' 순으로 진행된다. 다른 금융사고와 달리 금융위원회 또는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FIU의 자체적인 제재심을 통해 FIU 원장이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대심제란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처럼 감독당국과 제재 대상자(금융사)가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얻어 제재 수위를 논의하는 제도다.

업비트는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하지만 양 측의 입장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FIU는 가상자산 자금세탁 사안과 관련해 무관용 엄정 대응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자금세탁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리고 있다. 

제재 결과에 따라 FIU와 업비트 간의 법적 공방도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FIU는 지난 2023년 10월 가상자산거래소 한빗코에 과태료 19억9420만원을 부과하고, 임원 1명과 직원 4명에게 주의·견책 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한빗코 운영사인 한빗코코리아는 FIU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과태료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제재심의 결과에 따라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의 긴장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비트는 국내 1위 거래소로 자금세탁방지 관련 인력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ACAMS(국제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내 자금세탁방지 전문가(CAMS)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54명이다. 2위 업체인 빗썸(35명)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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