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적금 만기 최소 한달 이상 설정 가능 규정 개정
현재까지 OK저축은행·한국투자저축은행 2곳만 초단기 적금 상품 출시
가입기간 짧아 총 이자액 적어 소비자들 인기 끌기 어려워
저축은행 입장서도 소액이다 보니 수익성 크지 않아···상품 출시 의욕 저하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 9월 적금 만기를 최소 한달로 설정할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 출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됐지만 저축은행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기간이 짧아 총 이자액이 적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할뿐더러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아 상품 출시 의욕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초단기 적금 상품을 출시한 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단 2곳에 불과하다. 초단기 적금 상품이란 만기를 짧게 한 달 정도 설정하는 대신에 금리를 기존과 비교해 높게 제공하는 금융 상품을 의미한다.
앞서 저축은행 표준 규정 개정 전까지 저축은행들은 만기가 최소 100일 이상부터 적금 상품을 취급할 수 있었다. 저축은행 표준 규정은 전체 79개 저축은행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업무 가이드라인이다. 기존 저축은행 표준 규정상 초단기 적금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소비자와 저축은행의 상품에 대한 선택 폭을 늘리고자 개정을 통해 적금 상품의 최소 만기일을 한 달(30일 이상)로 대폭 줄이면서 초단기 금융상품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표준 규정이 개정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초단기 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저축은행은 아직까지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5대 저축은행으로 함께 분류되는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에는 현재까지 만기 한 달짜리 적금이 없다. 향후 출시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출시 의욕이 미지근한 이유로는 가입 기간이 짧아 금리가 높아도 실제 소비자가 받는 이자가 적어 인기를 끌기 어려운데다 목돈을 예치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소액 상품이라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크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OK저축은행이 최근 출시한 최고 연 9.6% 금리를 제공하는 48일 만기 적금 상품은 기본 금리 4.8%에 4800원 또는 9600원 중 선택해 48회차를 납입하면 만기 해지 시 우대금리 4.8%포인트 혜택을 볼 수 있다. 해당 상품은 48일간 매일 최대 금액인 9600원씩 납입하면 원금은 46만800원이며 세전 이자는 2969원이다. 매일 4800원 납입 시에는 원금은 23만4000원이고 세전 이자는 1485원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업계 최초로 출시한 초단기 적금 '한투원투 한달적금'은 최대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기본 금리 연 4%, 마케팅 동의 시 우대금리 연 8% 제공한다. 하루 입금액은 1000원부터 최대 5만원까지 가능하다.
31일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 최대 5만원씩 총 155만원을 입금하면 한 달 세전 이자는 8153원이다. 금리가 높아도 만기는 짧고 가입금액이 적어서 체감효과가 높지 않은 셈이다. 또 한 달 만기가 끝나면 재가입도 불가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입 기간이 짧아 현금 유동성 확보에 용이할 수는 있지만 최대 납입 금액이라고 해도 워낙 소액인데다 마케팅 동의 등 조건까지 달려 있어 수고에 비해 이자는 티가 나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소액 이자에 불과한 적금 가입을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마저도 매일 납입을 하지 못하거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마케팅 동의 등 관련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자 수익은 더 적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성에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적금 특성상 정기예금처럼 목돈이 오래 묶여있는 상품이 아닌데 초단기 적금은 기간이 짧아 더욱 돈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소비자들이 제공 받을 수 있는 이자가 크지 않다보니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성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투자 등 자금 운용을 위해 만기가 짧은 고금리 적금 상품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소비자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