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 삼성화재 출신 전문가 영입···'제3보험' 공략 포석
iM라이프, CEO·CFO 모두 외부 출신 임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외부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삼성화재 출신의 상품 전문가를 모셔왔으며, 아이엠(iM)라이프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모두 외부 출신 인물에게 맡겼다. 점점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최근 한기혁 전 삼성화재 상품개발부장을 혁신상품본부장 상무으로 임명했다. 한 상무는 삼성화재를 비롯해 과거 LIG손보(현 KB손보)에서도 상품 개발을 담당한 바 있다. 손보사에서 장기상품개발 관련 경력만 20년이 넘게 보유한 장기인보험 분야 전문가다.
KB가 한 상무를 영입한 이유는 제3보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제3보험은 사람의 질병, 상해 또는 이로 인한 간병을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생보사들이 판매하는 건강보험이 제3보험이다. KB라이프생명은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보장성 보험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 사이에 벌어진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전쟁에도 뛰어들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1~9월 보장성 보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실적은 1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급감했다.
대신 KB라이프는 수익성이 보장성 보험 대비 크게 낮은 연금보험 위주로 영업했다. 연금보험 상품의 보험료 납입 5년 경과 시점 환급률을 100% 넘게 설정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판매를 늘렸다. 이로 인해 KB라이프의 작년 3분기 누적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373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 크게 줄었다. CSM은 보험사가 상품 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을 추정한 값이다. 이 이익지표 값을 늘리기 위해선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야한다.
그런데 단기납 종신보험은 당국의 규제 강화로 더 이상 판매가 어렵기에 제3보험이 보장성 실적 확대의 ‘키’가 됐다. 이미 삼성·한화·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상위사들은 건강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3보험 시장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KB라이프생명은 ‘1위’ 손보사인 삼성화재 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iM라이프도 최근 김경천 전 IBK연금보험 경영지원본부장 상무를 경영기획본부장(CFO) 전무로 영입했다. 김 전무는 IBK연금보험뿐만 아니라 옛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에서 상품계리실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 분야에 밝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올해 회사의 지휘봉을 잡은 박경원 iM라이프 대표가 업계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만큼 CFO부터 직접 임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표도 직전에 신한라이프서 재무그룹장(CFO)를 맡은 외부 출신이다. 그는 KPMG 산동회계법인 공인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했고, 2017년엔 서울시 기획조정실 공기업담당관, 2018년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재정분석부 등 공공기관에서도 일한 경험도 있다. 그러다 2019년 과거 오렌지라이프 재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신한라이프 출범 이후에도 재무 업무를 총괄했다.
iM라이프는 올해 그룹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비은행 자회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iM증권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M라이프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직후인 2023년에 실적이 크게 늘어 ‘효자 계열사’ 노릇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실적이 주춤했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회계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세심한 상품 개발·판매·재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최근 금리 하락으로 인해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규제 강화로 상품 판매도 쉽지 않다”라면서 “결국 경쟁에서 이기려면 능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