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통신비 절감, 제조사도 기여해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통신3사 간 담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통신사의 유통 채널 간 차별 정책과 알뜰폰 자회사 밀어주기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됐다.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를 방문해 이동통신 유통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판매업자들에게 단통법 폐지 후 지원금 경쟁으로 이용자 혜택이 증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통법은 오는 7월 폐지 예정이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 것은 법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소비자 보호란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제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신3사의 마케팅 경쟁 자제로 인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가중됐단 점도 폐지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 정부,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 경쟁 심화 전망
정부는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지원금 공시의무와 유통점의 추가보조금 상한(공시지원금 15% 이내) 규제가 없어져 통신사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유 장관은 통신3사 및 휴대폰 판매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통법 체제 이후 새로운 이동통신 유통질서가 시장에 원만히 안착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유통점과 이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단통법 페지가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로 시행령, 고시 등 하위법령을 신속히 정비하는 한편, 제도 변화로 인한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 최소화, 유통업계의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업자들은 통신3사가 채널 간 차별 정책 운영과 알뜰폰 자회사 밀어주기 등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염규호 한국이동통신유통협회장은 “유통점들은 울고싶은 정도가 아니라 죽고싶은 심경으로 버티고 있다. 통신3사 채널간 차별, 자회사 밀어주기 등 유통점이 더 힘들어지는 일이 벌어진다”며 “통신사가 채널 차별과 자회사 밀어주기만 안 해도 유통 활성화되고 알뜰폰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관련 시스템을 보완해달라”고 말했다.
한 판매업자는 “요금제 구간을 낮춰줬으며 좋겠다. 개통하려고 하면 높은 요금제를 써야 할인이 많이 된다. 요금제 최고구간이 높아지다 보니 알뜰폰이나 자급제로 빠져서 일반 매장은 힘들다”며 “문제는 소비자에 비싼 요금제를 강요하는 점이다. 청년들은 크게 저항이 없지만 어른들은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법이 없어지면서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담합하면 가게통신비 인하 효과 없을 것이란 지적도
단통법 폐지 후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가 이뤄지긴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사실상 담합하듯 요금제를 출시하고, 단말기 지원금을 책정하는 현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단 것이다.
한 판매업자는 “단통법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 큰 기대는 안 한다. 오랜 기간 통신사가 돈을 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경쟁 할지 의문이다. 어차피 요금제든 지원금이든 담함하듯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폐지돼도 효과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간 경쟁이 활발히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지금처럼 있으면 통신사만 돈 벌고 다 힘들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통신3사는 통신시장이 성장보단 성숙기인 상황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정된 재원을 AI 투자에 활용해야 하는 만큼, 과거처럼 통신사가 돈을 풀어 경쟁하는 것의 어려움을 설명한 것이다. 특히 고가 단말기가 가계통신비 확대의 핵심인 만큼, 삼성전자와 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도 가계통신비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이기윤 SK텔레콤 CR부문장 부사장은 “시장이 굉장히 빨리 바뀌다 보니까 모든 기업이 중장기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꾸준한 수익이 중요할뿐더러 기술혁신과 새로운 고용창출도 우리의 중요한 미션”이라며 “단통법과 관련해선 특히 균형이 중요하다. 경쟁촉진과 차별금지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다면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기업과 소비자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AI 인프라 위한 통신사의 노력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광동 KT CR실장 전무는 “이 시장은 굉장히 오래됐다.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시장 균형점을 찾을 것이다. (시장이) 성장기보단 성숙기이다 보니, 우리가 이 시장 전체나 소비자, 유통점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제조사도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철훈 LG유플러스 커뮤니케이션센터장 부사장은 “LG전자에서 모바일을 담당했었는데, 단통법 전의 시장 상황에서 제조사가 기여했던 부분이 지금은 축소된 상황이다. 경쟁 상황을 기대하려면 제조사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