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 2조8672억원
1년 새 2배 이상 늘어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비용 부담 완화···“대출 여력 개선에 취급액 증가”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실적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실적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 업권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이 1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본격화로 저축은행 업권의 조달비용 부담이 줄었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맞물리면서 취급액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 업권의 민간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2 대출 제외) 취급액은 2조86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1967억원) 대비 139.6% 급증한 규모다.

저축은행 업권의 중금리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1년 새 증가율이 28.9%에 그쳤으나 3분기에 72.9% 증가한 데 이어 4분기에는 2배 이상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저축은행 업권의 중금리대출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저축은행 업권의 대출 취급 여력이 전년보다 개선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3년 저축은행들은 중금리대출 공급을 크게 줄인 바 있다. 고금리 여파로 조달금리가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탓에 조달비용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온전히 반영할 수 없었고 역마진 우려가 커지자 대출을 걸어 잠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졌고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도 낮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3.33%로 전년 동기(3.96%) 대비 0.63%%포인트 하락했다.

아울러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중금리대출 취급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이 금융당국에 제시한 연간 목표치 이상으로 늘어나자 대출 옥죄기에 돌입했다. 이에 은행권에 막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을 향했고 그 결과 중금리대출을 비롯한 저축은행 업권의 대출 취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97조1075억원으로 전월(96조9180억원) 대비 1895억원 증가했다. 지난 8월 96조6929억원까지 감소한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023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문제가 터지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중금리 대출 취급이 평년보다 급격히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현재도 건전성 관리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부실채권 감축을 위한 매각 및 상각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안정화되는 추세라 이전보다 대출 취급 여력이 개선됐고 그에 따라 중금리대출 취급이 점차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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