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무산 후 삼성증권으로 상장주관사 교체
코스닥 입성은 일단 성공···스팩합병시 공모금액은 436억 대신 180억 유입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2차전지 검사장비 기업 피아이이(PIE)가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 들어갔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하나증권 대형스팩과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했지만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합병 상장이 무산됐다. 이후 삼성증권으로 상장주관사를 변경하고 직상장을 선택해 결국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지난해 스팩합병 시도 당시보다 공모금액과 시가총액은 반토막 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스팩합병 당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공모금액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7전8기' 피아이이, 증시 입성 눈앞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피아이이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코스닥 상장예정일은 다음달 4일이다.
피아이이는 공모청약에 앞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5영업일 간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경쟁률 1117.74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희망공모가범위(4000~5000원) 상단인 5000원으로 결정됐다.
피아이이는 삼성SDI 출신인 최정일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회사로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2차전지 배터리 결함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외 완성차 업체 및 2차전지 배터리업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매출은 매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1년 236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554억원, 2023년 85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3분기까지 81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75억원, 2022년 81억원, 2023년 4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31억원을 냈다.
피아이이 상장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피아이이는 2023년 5월 한국거래소에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공모금액이 400억원에 달하는 대형스팩으로 피아이이와 합병상장 성공시 국내 1호 대형스팩 합병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에만 무려 7개월이 걸렸고 2023년 12월에서야 겨우 상장심사 승인 결정을 받았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지만 이번에는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면서 난항이 지속됐다.
피아이이는 고평가 논란에 증권신고서를 계속 정정했다. 최초 제시한 목표 시가총액은 4888억원이었으나 이후 4485억원→4017억원→3760억원→3189→2703억원으로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결국 지난해 4월 열린 하나금융25호스팩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고 상장이 무산됐다.
피아이이는 상장주관사를 삼성증권으로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상장 방식도 직상장으로 바꿨다. 지난해 8월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했고 두 달 만에 상장심사 승인을 받았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1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감독원이 12월 10일 정정요구 공시를 띄우며 상장을 막아섰다. 고평가 논란이 또 발목을 잡은 것이다.
피아이이는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공모가를 낮춰야 했다. 희망공모가범위는 기존 6800~7600원에서 4000~5000원으로 수정됐고 공모금액도 245억~274억원에서 144억~180억원으로 축소됐다. 시가총액 역시 2429억~2715억원에서 1433억~179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 상단으로 확정되면서 피아이이 공모금액은 180억원, 시가총액은 1791억원으로 결정됐다.
◇ 상장주관사 교체는 성공 or 실패?
결과적으로 피아이이는 상장주관사를 바꾸고 스팩합병 상장 대신 직상장을 선택하면서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피아이이가 받게 되는 공모금액과 시가총액은 반토막 났다. 합병비율과 무관하게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이 일단 성공했다면 회사로 유입되는 공모자금은 약 456억원에 달했다.
반면 직상장을 선택한 피아이이의 공모금액은 180억원으로 스팩합병 상장 대비 40% 수준에 그친다. 상장 후 시가총액 역시 2703억원에서 1791억원으로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피아이이가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고 합병비율 낮춰서 스팩합병을 추진했다면 직상장 대비 더 많은 공모금액을 모으고 시가총액도 더 높았을 수 있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피아이이와 합병이 무산된 이후 하나증권 대형스팩인 하나금융25호스팩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통상 스팩은 상장 후 2년 6개월 내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 및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2022년 10월 상장한 하나금융25호스팩은 올해 4월까지 합병 대상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직상장과 스팩합병 상장을 비교하면 피아이이 최대주주인 최정일 대표의 지분율 차이는 크지는 않다. 최 대표는 피아이이 지분 42.56%(1367만1000주)를 들고 있는데 이번 직상장 후 지분율은 38.16%로 낮아진다.
만약 지난해 4월 스팩합병 안건이 통과되어 상장했다면 최 대표의 상장 직후 피아이이 지분율은 35.50%였다.
다만 스팩합병 상장 시에는 상장 이후 전환사채 물량이 쏟아진다. 통상 스팩 설립 당시 주주로 참여한 발기인들이 전환사채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이이가 지난해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에 성공하고 전환사채 물량이 주식으로 전량 전환되었다면 최 대표의 지분율은 34.06%까지 낮아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