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찬성'하며 최윤범 손들어준 국민연금과 대조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3%룰 적용해 정관 변경 안건 표결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제한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등 외국 연기금들이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국민연금과 외국 연기금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 한층 시선이 쏠리게 됐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공개했다.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과 '이사 수 19명 제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신규 이사 후보는 MBK·영풍 측 후보 14인에 대해서만 찬성했고 고려아연 측 후보는 전원 반대했다.
앞서 미국 1·2위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도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처럼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외국 연기금들은 최윤범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영풍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을 위한 정관 변경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도입시 복수의 의결권을 한 명 또는 소수에 몰아서 투표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 측이 이사회를 단숨에 장악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최 회장의 고려아연 경영권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MBK·영풍 측에선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고려아연의 정관이 변경돼야 한다. 상장사가 정관에 배제된 집중투표제 도입할 때는 개별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최대 3%까지만 행사되는 ‘3%룰’이 적용되고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사안이라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고려아연 주주구성은 ▲MBK·영풍 연합 40.98%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 17.50% ▲고려아연 우호세력(추정) 16.85% ▲자사주 12.27% ▲기타주주 7.89% ▲국민연금 4.51% 등이다. 자사주를 제외하고 MBK·영풍 측의 의결권 지분은 46.69% 지만 3%룰이 적용되면 23%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본인 포함 3%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가 없기에 실질 의결권이 오히려 33% 수준으로 강화된다.
다만 최 회장 측은 3%룰이 적용되더라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단독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을 채울 수 없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나머지 소수 주주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터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상정한 상태다. 이사 수가 19명으로 제한되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 수가 13명이라 6명만 추가 선임이 가능해진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 13명 가운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최 회장으로서는 안건이 가결되면 이사회 내 우위를 당분간 지속할 수 있고 내년 3월 임기 만료로 대규모 이사진 교체가 있기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