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변환···씨름에서 수영으로 바뀌는 수준"
글로벌 경제연대·500만명 해외인력 유입·국가 차원 AI전략 제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트럼프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수십년간 의존해 왔던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등과의 글로벌 경제 연대, 체계적인 해외 투자 및 소프트파워 강화, 500만 명의 해외인력 유입, 국가적 차원의 인공지능(AI)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인공지능(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 요소가 삼각파도로 다가오고 있다"며 "씨름 시합을 하다가 갑자기 수영 종목으로 바뀌는 것처럼 앞으로는 세계 경제 질서가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변환하면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미국 주도로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에 거의 모든 나라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8년 전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600억 달러 수준이었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이 바이든 정부 4년간 1500억 달러로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근본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의존해 왔던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대안으로 글로벌 경제연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지금 모든 룰을 결정하는 것은 1등 미국, 2등 중국, 3등 유럽연합(EU) 정도이고 우리는 그 룰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혼자 국제 질서나 룰을 바꿀만한 힘은 부족하기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파트너 후보로 일본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만 해도 우리보다 사이즈도 목소리도 크지만 룰을 만드는 것보다 수용하는 데 익숙하다"며 "이런 사람들과 연대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체계적인 해외 투자 및 소프트파워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한국 기업들의 투자 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해외에 전략적인 투자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K-컬쳐나 K-푸드 등 문화 상품들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대응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해외인력 유입을 통한 내수 진작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로 내수를 더 늘리기가 쉽지 않은데 해외 시민을 유입해서 단순 관광 정도가 아니라 1년 365일 거주하며 일하고 세금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인구의 10% 정도인 500만명가량의 해외인력 유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산업 부문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AI의 범위가 워낙 넓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제조 AI’와 ‘한국 차원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