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 우려 해소로 10만달러선 회복
트럼프 취임 '기대'도 시세 상승 원인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이번 주(13~19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와 부합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일 공식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도 시세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비트코인은 10만4162달러(약 1억5202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10.07% 급등했다. 지난 주말 9만5000달러선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이번주 초인 14일에 9만달러선 부근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더니 16일 10만달러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상승세는 계속돼 현재 10만4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이번주 반등에 성공한 이유는 미국 물가 수준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작년 1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2%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3.3%를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예상치에 부합했다. 또 4개월 연속 0.3%의 상승률을 유지하다 5개월 만에 둔화됐다.
최근 몇 개월간 미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특히 이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세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12월 CPI가 완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최근 급등해 5%를 넘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CPI 공개 이후 0.1%포인트 급락했다. 미 3대 주가지수도 모두 상승했다. 15일(미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4% 뛰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전장 대비 1.81% 상승했으며,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는 2.44% 급등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0일 공식 취임한 직후 비트코인 전략비축 행정명령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도 시세 상승을 이끈 원인으로 꼽힌다. 미 일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기 전 가상자산 업계 임원들과 만나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준비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언급했었다. 이후 그는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비축을 만들 것인지 묻는 말에 “그런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그간 가상자산 업체들은 수십억달러의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펼쳤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의 가상자산 및 인공지능 ‘차르’(감독 책임자)로 지명된 데이비드 색스에게 가상자산 정책 행정명령 초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비트코인 전략 비축 정책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의 구체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NYT는 가상자산 옹호자인 공화당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내각 지명자들을 포함한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과 5년에 걸쳐 비트코인 100만개를 구매하는 계획을 최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